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에 따르면, 2025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단순한 거래 수단을 넘어 암호화폐 생태계의 심장부로 자리 잡았다. 연초 이후 모든 스테이블코인의 유통량은 사상 최초로 3,0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1,000억 달러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테더(USDT)는 1,835억 달러 유통량으로 시장 점유율을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유통량 기준 상위 10개 암호화폐 중 4개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점은 이들의 핵심적인 시장 역할을 입증한다.
이러한 성장세는 전통 금융의 참여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2025년 웨스턴 유니온, 피서브, 스트라이프 등 굵직한 금융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속속 진출하며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한편, 페이팔(PayPal)의 PYUSD,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의 USD1 등 신규 토큰들이 생겨나는 와중에도 USDT와 USD코인(USDC)의 지배력은 여전히 견고하다. USDC는 2024년 12월 450억 달러였던 유통량을 2025년 11월 기준 75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며 약 66%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코 리서치는 이를 기존 발행사들의 확고한 시장 기반으로 해석했다.
거래량 측면에서 USDT는 중앙화 거래소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1월 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식 전후와 10월 시장 붕괴 시점, USDT의 일일 거래량은 1,000억 달러 이상으로 비트코인을 상회했고, 이 두 시기 모두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스트레스 시 유동성 역할을 부각시켰다. USDC 또한 하루 최대 250억 달러 규모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이더리움을 넘어서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높은 거래량의 근간은 투자자들이 스테이블코인을 가장 유동성 높은 자산으로 인식하면서 구축됐다. USDC와 USDT는 가격 근처 기준으로 각각 2억~5억 달러의 '시장 깊이'를 유지해, 변동성 극복에 유리한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서클(Circle)이 미국 법인으로 구성돼 있고, BNY멜론과 같은 기업을 통해 준비금을 감사받는 점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신뢰성을 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또한 신흥 시장 진입의 관문이기도 하다. 터키 리라와 브라질 헤알은 그 활용성이 유로와 파운드보다 더 두드러졌으며, 해당 지역 투자자들이 자산 가치 보전을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구조적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대규모 준비금 보유로 인해 이자 수익을 창출하면서, 토큰 가치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테더는 올해 약 150억 달러의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대부분 단기 국채 등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이다. 이러한 구조는 미국 금리 인하가 예고된 상황에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동시에, 안정적 페그 자산이 실질적으로 고정 수익 상품처럼 작동하는 점은 규제와 회계 정의 측면에서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가장 큰 예는 블랙록(BlackRock)의 토큰화 머니 마켓 펀드 ‘BUIDL’이다. 해당 펀드는 이더리움, 솔라나(SOL), 앱토스, 아발란체 등 6개 체인에 걸쳐 약 10억 달러 이상의 운용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투자자에게는 스테이블한 1달러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수익률을 지급한다. 카이코 리서치는 이를 고정 수익성 자산으로 규정하며, 전통적인 스테이블코인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현재 암호화폐 시장의 초석이 되었지만, 그 정체성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규제 당국은 미카(MiCA)와 미국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통해 이에 대응하고 있으며, 기존 금융업체들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고정 수익 상품 확대를 통해 전통과 암호화폐 간 경계를 흐리고 있다. 유통량과 거래량, 시장 깊이 측면에서 전례 없는 확장을 이룬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점차 ‘페그 자산’ 이상을 요구받는 변곡점에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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