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정부는 왜 신현송을 택했나

| 토큰포스트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6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답변서는 짧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시장에서 그를 스테이블코인 회의론자로 분류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 밖의 발언이었다. 그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이 "보완적·경쟁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재명 정부가 왜 그를 골랐는지, 그 인사의 논리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표면만 보면 이 인사는 모순이다. 친(親)암호화폐를 국정 기조로 내세운 진보 정권이, 한때 암호화폐를 사행성 도박에 비유하고 인플레이션 선제 대응을 학문적으로 일관되게 주장해온 매파 경제학자를 중앙은행 수장에 앉혔다. 지명 직후 국고채 금리가 뛰고 씨티·ING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연내 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다시 꺼내든 것도 그 때문이다. 재산의 55%가 외화 자산이라는 이해충돌 논란까지 겹치면서 청문회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인사를 단순한 모순으로 읽는 것은 절반만 맞다.

이재명 정부의 친크립토 기조는 비트코인 가격을 응원하는 수준이 아니다. 원화의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토큰화 금융 질서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국가 전략이다. 미국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디지털 기축통화 패권을 공고히 하는 사이, 한국이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이 전략의 실행에는 한국은행이 반드시 움직여야 한다. CBDC 발행 주체도, 예금토큰 인프라의 설계자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적 기반을 닦는 기관도 결국 한은이다.

그 자리에 신현송이 적합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는 BIS에서 10년 넘게 글로벌 중앙은행 네트워크의 핵심을 담당하며 디지털 통화의 국제 표준 논의를 주도해온 인물이다. 암호화폐 자체에 회의적이지만, 중앙은행 주도의 디지털 화폐 인프라 구축에 관해서는 이론과 실무 양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있다. 그가 이번 답변에서 한은의 '프로젝트 한강'—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하는 실증 사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매파 성향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긴축 성향의 독립적 총재를 앉혀 놓음으로써 이재명 정부는 확장 재정에 따른 "포퓰리즘 통화정책" 비판을 방어할 수 있다. 원화 안정성과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국제 신인도를 유지하는 것이 디지털 원화 전략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구도는 이렇게 정리된다. 크립토 산업 진흥은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 업권 제도화는 금융감독원이, 그리고 디지털 원화 인프라 구축과 국제 통화 네트워크 편입은 한국은행이 맡는다. 신현송은 세 번째 역할을 위해 발탁됐다. 역할 분담의 설계 위에 세워진 인사다.

다만 이 설계에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균열이 있다. 신 후보자는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중앙은행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법정 디지털화폐가 생태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조건을 명확히 달았다. 민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자율성과 한은 주도 통제 사이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 이것이 이재명 정부의 구상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취임 이후 정책 행보가 확인해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인사가 단순한 인물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디지털 금융 전환의 세계사적 변곡점에서, 이재명 정부는 한국은행을 변화의 걸림돌이 아닌 설계의 주체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이 인사로 표명했다. 신현송이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아니면 긴축 본능과 제도적 보수성이 설계를 뒤흔들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이 정부가 한국은행에 무엇을 원하는지는, 이제 분명해졌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