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샬롬(Joseph Chalom) 샤프링크(Sharplink) CEO가 토큰포스트 서울 사무실을 찾았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달 만의 재방문이다. 블랙록(BlackRock)에서 20년간 디지털 자산 전략을 이끌었고, 미국 최초의 비트코인·이더리움 ETF를 설계한 인물인 그는 이번에도 한국 빌더 위크(Buidl Week) 기간에 맞춰 일정을 잡았다.
샤프링크는 이더리움(ETH)을 기업 준비금으로 축적하는 나스닥 상장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DAT) 컴퍼니다. 보유 ETH 전량에 가깝게 스테이킹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단순 보유에 그치는 여타 암호화폐 트레저리 기업들과 차별화를 꾀한다. 현재 전체 ETH 공급량의 약 0.71%를 보유 중이며, 인터뷰 당일 시세 기준 약 20억 달러(한화 약 2조 9,000억 원)에 달한다. 장기 목표치는 5%다.
블레이저 차림으로 토큰포스트 사무실을 찾은 그는 시장의 혼란과는 거리가 먼 듯 차분했다. 시장이 최고점 대비 60% 빠진 상황에서도 그는 "지금이 두 배로 만들 시간"이라고 말했다.
"하이프는 끝났다, 진짜 빌더가 살아남는다"
샬롬이 서울을 거듭 찾는 이유는 하나다. 한국의 빌더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는 이번 방문 기간 동안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거래소, 이더리움 기반 에이전틱 서비스 개발팀을 잇따라 만났다.
"지난 10월 11일 암호화폐 생태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디레버리징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그게 경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이 시장은 과대 선전과 토큰 가격 상승만으로 움직였습니다. 이제는 실제 유틸리티와 가치를 만드는 빌더들이 살아남는 시대가 됐습니다. 하이프를 멀리하고 생태계를 더 좋게 만드는 데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는 한국 시장에 남다른 기대를 드러냈다. "한국 빌더 커뮤니티는 재능이 넘치고 동기부여가 강합니다. 기다리는 것은 딱 하나, 그린라이트입니다. 디지털 자산 기본법이 올해 통과된다면 이들은 즉시 비즈니스를 런칭하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주가는 일시적, 기관의 신호는 지금 가장 강하다"
샤프링크는 이더리움을 디지털 자산 준비금으로 축적하는 나스닥 상장사다. 보유 ETH의 전량 가까이를 스테이킹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하지만 시장이 급락하면서 주가도 압박을 받았다. 샬롬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저는 평균 암호화폐 투자자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비트코인과 ETH가 급등한 뒤 크게 조정받고 더 높은 가격으로 돌아오는 사이클을 다섯 번 이상 봤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시선을 가격 차트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돌렸다. "NYSE와 나스닥, DTCC가 미국 주식을 24시간 7일, 동일 영업일 결제로 거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암호화폐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도 규모의 이점을 확보하겠다고 했습니다. 매일 들려오는 기관들의 소식은 암호화폐 역사상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긍정적입니다."
디지털 자산 준비금 구조가 이 국면에서 오히려 강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저희는 펀드도 아니고 ETF도 아닙니다. 보유한 ETH를 일별 상환 없이 수년 단위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토큰 가격이 높든 낮든 상관없이 스테이킹하고 수익을 창출하면서 이더리움 생태계에 배포를 이어갑니다. 결국 돌아오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는 블랙록 시절 경험을 꺼냈다. "FTX 사태가 터진 2022년, 대부분의 대형 기관들이 한 발 물러섰을 때 저희는 오히려 두 배로 투자했습니다. SEC와 협력하고, 더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가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ETF였습니다. 하락장에서 두 배로 만들어지는 법입니다."
"슈퍼사이클은 암호화폐가 아닌 혁신의 사이클"
연초 시장을 달궜던 '슈퍼사이클' 담론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샬롬은 이 질문에 프레임 자체를 바꾸는 답을 내놨다.
"슈퍼사이클을 두 가지로 나눠 봐야 합니다. 첫째는 기관 채택입니다. 이제 가장 큰 기관들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고 국경 간 자금 이동에 활용합니다. 미국에서는 기업 재무 담당자들이 하루를 기다리는 대신 스테이블코인으로 즉시 자금을 이동시키고, 급여 플랫폼들도 직원에게 즉시 정산합니다."
"둘째는 토큰화의 물결입니다. 주식, 채권, 펀드, 부동산을 디지털 형태로 보유하고 당일 거래·결제하는 세상입니다. 한국에서 주식을 사면 이틀 뒤에 결제되지 않습니까. 그 사이 상대방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이 비효율이 사라집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슈퍼사이클은 암호화폐 슈퍼사이클이 아닙니다. 혁신 슈퍼사이클입니다."
"2027년, AI 에이전트가 잠자는 동안 당신의 돈을 불린다"
시장이 흔들리는 동안 AI에 대한 기대는 오히려 커졌다. 샬롬은 이 두 흐름이 결국 하나로 합쳐진다고 봤다.
"AI를 세 단계로 나눠 생각해보면, 머신러닝, 생성형 AI, 그리고 지금 진입하고 있는 에이전틱 AI가 있습니다. 에이전틱 AI는 단순히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을 넘어 당신을 대신해 과업을 수행합니다."
그는 시대적 맥락을 덧붙였다. "지금 우리는 세 개에서 네 개의 메가트렌드가 동시에 충돌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세대 간 자산 이전, 60·70대까지 AI를 일상적으로 쓰는 시대, 그리고 리테일 투자자들의 소외 문제입니다. 대형 기관들은 하루 종일 자금을 최고 금리 상품으로 이동시키고, 주식을 빌려주고 빌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냅니다. 리테일에는 그런 도구가 없었죠."
"2027년을 상상해보십시오. 지갑에 에이전틱 AI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급여를 더 높은 수익률 계좌로 이동시키고, 토큰화된 주식을 빌려주고,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합니다. 수수료는 없고, 잠도 자지 않습니다. 이것이 에이전틱 이코노미입니다. 그리고 이 대부분은 이더리움 같은 분산형 블록체인 위에서 구현됩니다."
빌 게이츠의 말을 인용하며 그는 타이밍 논쟁에 쐐기를 박았다. "기술이 1년 안에 만들어내는 변화는 과대평가하고, 10년간의 변화는 과소평가합니다. 암호화폐에 대해 많은 것이 하이프였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일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하게 믿습니다."
"이더리움은 에이전틱 경제의 운영체제"
이더리움이 AI 시대에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샬롬은 비트코인과의 차이에서 출발했다.
"비트코인은 하나의 기능을 잘하는 자산입니다. 이더리움은 다릅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고 거래소, DeFi, 에이전틱 서비스까지 모두 구축할 수 있습니다."
에이전틱 경제의 핵심에는 두 가지 표준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X402는 에이전트들이 마이크로 페이먼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오픈소스 표준이고, ERC-8004는 에이전트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상호작용하는 규칙을 정의합니다. 기관들이 수조 달러의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주식을 이더리움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하면 거래량이 급증합니다. 여기에 에이전트들이 수백만 명 사용자를 대신해 매 순간 마이크로 트랜잭션을 처리하면 거래량은 수천 배가 됩니다. 이더리움 생태계 성장의 대부분이 여기서 나올 것입니다."
"보안은 기술 이전에 마인드셋"
AI와 블록체인이 결합하는 세상에서 보안은 더 중요해진다. 샬롬은 기술보다 먼저 마인드셋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인터넷 붐 시절 많은 혁신 기업들이 버그가 있어도 기술을 먼저 출시하고 나중에 고쳤습니다. 동영상 업로드라면 그래도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지갑과 계좌에 대한 접근권을 다루는 기술은 다릅니다. 반드시 충분히 검증한 뒤 출시해야 합니다."
이더리움 자체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더리움은 지난 10년 반 동안 단 한 번도 다운된 적이 없는 가장 안전한 네트워크입니다. 암호화폐 업계의 대형 해킹 사고 대부분은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보안 우선 마인드셋의 부재에서 비롯됐습니다."
"회계 손실이 경제적 손실은 아니다"
strategicethreserve.xyz에 따르면 샤프링크는 현재 미실현 손실 상태이면서도 EPS 성장률은 약 98%를 기록하고 있다. 샬롬은 이 숫자들이 서로 모순이 아니라고 말했다.
"저희는 지난해 약 30억 달러를 조달해 모두 ETH 매입에 사용했고, 98%가량을 스테이킹 중입니다. 주가는 기초 자산인 ETH 가격에 연동됩니다. 금을 보유한 재무 담당자와 같습니다. 어떤 분기에는 1억 달러의 평가 이익을, 어떤 분기에는 7억 달러의 평가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단순히 이더리움 시가를 반영한 회계상의 수치일 뿐입니다. 경제적 실현 손실이 아닙니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 그는 수치보다 방향을 먼저 말했다. "저희의 북극성은 최대한 빨리 ETH를 쌓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 신주를 발행해 ETH를 더 살 수도 있겠지만, 그건 주주를 희석시키는 일입니다. 저희의 목표 지표는 ETH 집중도(ETH Concentration)입니다. 샤프링크 주식 한 주를 보유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ETH를 갖게 되는 구조입니다. 출발 당시 2.0이었던 ETH 집중도가 지금은 4.0입니다. 인내심 있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기관 자금은 이미 조용히 들어오고 있다"
ETF 부진으로 기관 참여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샬롬은 숫자를 꺼냈다.
"한 가지 공시를 먼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블랙록에서 2024년 1월 미국 최초의 비트코인 ETF를, 같은 해 7월 이더리움 ETF를 출시했습니다. 비트코인 ETF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ETF였고, 이더리움 ETF도 한때 140억 달러를 유치했습니다."
"샤프링크를 시작한 작년 7월, 기관 보유 비중은 5%였습니다. 12월 31일 기준으로 46%로 성장했습니다. 이더리움에 접근하고 싶은 세계 최대 기관들이 미국 나스닥 상장주를 가장 편리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기 매매자가 아닌 장기 보유 투자자입니다."
"토큰화는 700조 달러 시장을 바꾸는 혁명"
전 세계 금융시장의 규모는 약 700조 달러. 그중 현재 토큰화된 자산은 약 300억 달러에 불과하다. 샬롬은 다음 물결이 어디서 올지 명확하게 짚었다.
"다음은 주식입니다. 나스닥과 NYSE가 이미 토큰화된 주식의 24시간 7일 거래·당일 결제를 선언했습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자사 14조 달러의 자산을 전부 토큰화하겠다고 밝혔고, 프랭클린 템플턴은 이미 Ondo와 함께 ETF 플랫폼 전체를 토큰화했습니다."
그는 실생활의 예시로 말을 이었다. "변동성이 큰 금요일 장을 상상해보십시오. 토큰화 주식을 보유하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매매할 수 있습니다. 종이 주식이라면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결국 더 나은 상품이 됩니다. 언제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이더리움이 그 고속도로가 될 것이라는 믿음은 변함없습니다."
"한국 빌더들이여, 금융에서도 소비자 혁신을 만들어라"
마지막으로 샬롬은 토큰포스트 독자들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전했다.
"빌더 커뮤니티에게 먼저 말씀드립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진보한 사회 중 하나입니다. 가장 효율적인 소비자 경험, 가장 빠른 배송, 세계를 놀라게 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냅니다. 그 기술력과 효율성이 금융 서비스에서도 구현되어야 합니다. 소비자가 배달 앱에서 경험하는 즉시성을 금융에서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규제 당국과 입법자들이 특히 소액 투자자를 보호하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투자자들에게는 장기 시각을 권했다. "한국은 리테일 모멘텀 트레이딩이 매우 활발한 시장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ETH를 보면, 사서 들고 있었던 사람들이 매매를 반복했던 사람들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트레이더도, 투기자도 모두 존재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기회는 장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국면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선 샬롬은 "한국은 언제나 환영받는 곳"이라는 인사를 남겼다. 두 달 뒤, 그는 또 이 자리에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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