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트코인은 빠지는데, 한국 금융은 왜 거래소를 사들이나

| 토큰포스트

비트코인 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가격은 7만3000달러 선까지 밀렸고, 하루 사이 3억2687만 달러, 우리 돈 약 4780억 원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청산 물량의 81.9%는 상승에 베팅한 롱 포지션이었다. 가격 상승을 기대하던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시장 밖으로 밀려난 셈이다.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IBIT에서도 하루 만에 5억28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국내 5대 거래소의 합산 거래대금은 1년 전보다 약 48% 줄었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거시경제 불확실성,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겹친 전형적인 ‘리스크 오프’ 국면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크립토 발언조차 호재가 아니라 차익 실현의 명분으로 소비됐다.

상식대로라면 자본은 이런 시장에서 발을 빼야 한다. 그런데 한국 금융권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열흘도 지나지 않아 한화투자증권은 두나무 지분 3.90% 추가 취득을 결의했다. 같은 달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도 합산 4.0%의 지분 취득을 공표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이미 2월 코빗 지분 92.06%를 사들였다. 한국투자증권과 글로벌 거래소 OKX의 코인원 공동 인수설도 시장에 돌고 있다.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지분 인수 네트워크. (출처: Tiger Research)

개인투자자들이 공포에 빠져 거래창을 닫는 순간, 한국의 대형 금융자본은 거래소의 지분을 사고 있다. 가격이 가장 약할 때, 길목을 사들이는 것이다.

이 현상은 모순이 아니다. 가격을 보는 쪽과 구조를 보는 쪽의 시계가 다를 뿐이다. 청산, ETF 자금 유출, 거래대금 감소는 리테일 시장의 언어다. 레버리지 거품이 꺼지고 개인 투자자의 손바뀜이 줄어드는 단기 사이클의 소음이다. 반면 금융 대기업의 거래소 지분 인수는 인프라 시장의 언어다. 이들이 사들이는 것은 오늘의 비트코인 가격이 아니다. 앞으로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 수탁, 실물연계자산 상품이 지나갈 유통망과 라이선스, 그리고 수백만 명의 이용자 접점이다.

은행과 증권사 입장에서 거래소는 단순한 코인 매매 플랫폼이 아니다. 디지털자산 금융의 관문이다. 거래소 지분을 확보하면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 유동성, 고객 기반, 데이터, 향후 상품 유통 채널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결국 문제는 “비트코인이 오늘 얼마인가”가 아니다. “다음 10년 디지털자산 금융의 프론트엔드를 누가 장악할 것인가”다.

본질은 규제 설계전이다.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 수탁 시장은 아직 제도적 틀이 완전히 굳어지지 않았다. 바로 이 틈에서 금융회사와 플랫폼 기업, 거래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제도가 확정된 뒤 들어가면 늦다.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에 유리한 구도를 선점하고, 그 구도가 향후 규제의 표준이 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지금의 지분 인수와 협업 발표를 단순한 투자 뉴스로 읽으면 핵심을 놓친다.

한국은행이 은행 지분 과반 컨소시엄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를 강조하는 사이, 카카오, 신한카드, 두나무, 빗썸 등은 각자의 경로로 진입로를 만들고 있다. 가격이 흔들릴수록 규제 공백을 선점하려는 속도전은 더 거세진다. 시장의 중심이 리테일에서 기관으로 넘어가는 구조 전환이 불과 반년 사이 눈에 띄게 진행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가격 차트를 본다. 그러나 시장의 판은 차트 밖에서 다시 짜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거시경제와 지정학에 흔들리는 단기 변수다. 반면 한국 금융권이 거래소와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선점하는 흐름은 쉽게 되돌릴 수 없는 구조 변수다.

약세장의 공포만 보고 있으면 더 큰 흐름을 놓친다. 가격은 사이클을 따라 오르고 내린다. 그러나 길목은 한 번 빼앗기면 되찾기 어렵다. 누가 거래소를 갖고, 누가 라이선스를 갖고, 누가 고객 접점을 갖느냐가 다음 디지털자산 금융의 질서를 결정한다.

오는 9월 KBW 2026의 연사진이 해외 블록체인 재단 중심이 아니라 전통 금융권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도 우연이 아니다. 시장은 이미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 가격은 아직 약세장을 말하지만, 자본은 이미 인프라 전쟁을 말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의 진짜 승부는 거래창 안이 아니라, 거래소의 주주명부와 규제 설계 테이블 위에서 벌어지고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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