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근영 (주)촌 대표 인터뷰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DID 촌의 핵심 기술과 실사용 사례, 그리고 2026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는 사업 전략을 짚는다. 보이스피싱 차단부터 개인키 분산 저장, 팬덤 플랫폼, 인류 표준 디지털 족보까지 — 신 대표가 그리는 그림은 신원 인증을 넘어 'AI 시대의 인간 증명' 그 자체다.
■ "기술은 공개돼 있다…차별점은 시각"
DID 촌의 기술적 차별점을 묻자, 신 대표의 답은 의외로 솔직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촌의 가치는 기술 자체의 우위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습니다. 구현 기술은 대부분 공개된 것들입니다. 다만 그것을 독특하게 조합했죠. AI에게 물어봐도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없다'고 답해줍니다."
역사적으로도 기술을 개발한 사람보다 응용해 산업화한 사람이 더 큰 성공을 거뒀다. 신원 인증·가계도·DNA 비율·디지털 유산·KYC·Web3가 하나의 신뢰 인프라 위에 얹히는 구조. 한 마디로 '가족·친척·지인 상호인증 기반의 인간 신뢰 네트워크 DID'다. 기술이 단순할수록, 그것이 가리키는 응용 영역은 더 넓다.
■ 보이스피싱 1조 시대…"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
가장 먼저 시장에 선보이는 서비스는 보이스피싱 사전 차단이다. 2025년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경찰청 기준 1~10월 1조 566억 원). 금융사 피해 분담 책임제 도입으로 은행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보이스피싱은 대부분 가까운 사람을 사칭해 들어옵니다. 전화번호 조작에 AI 음성 복제까지 이미 일반화됐어요. 저희가 특허를 낸 방식은, 가족이 서로 인증할 때 상대 단말기의 모델명부터 TEE(Trusted Execution Environment, 보안 실행 환경) 내부 고유값까지 해시로 저장해두는 겁니다."
가족이 촌 앱으로 서로를 '아들', '딸', '조카'로 인증해두면 각 단말기의 고유 특징값이 해시 형태로 결합·저장된다. 이후 누군가 가족 번호를 도용해 전화를 걸어도, 등록된 단말기 해시값과 불일치하면 즉시 빨간 경고가 뜨고 자동 차단된다. 단말기 고유 ID 및 TEE 영역 정보는 사실상 복제가 불가능하다. iPhone의 경우 iOS 정책상 TEE 직접 접근이 제한되므로, 가계도 화면에서 등록된 가족 얼굴을 터치해 전화를 거는 대안 방식을 적용한다.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기존 보이스피싱 서비스는 '이미 피해가 발생한 번호 알림'이 대부분입니다. 촌은 다릅니다. 상호 인증된 가족 외에는 통화 시작부터 빨간 경고가 표시됩니다. 사전 차단 —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가 저희 슬로건입니다."
▶ 현황
Android 버전 마켓 출시 완료 / iOS 버전 앱 등록 허가 신청 완료. B2B 보안 파트너 2곳과 서비스 통합 협의 진행 중.
■ 사라진 비트코인 400만 개…"가족이 지킨다"
두 번째 핵심 서비스는 개인키 분산 저장이다. 현재까지 분실되어 영구 회수 불가로 추정되는 비트코인은 약 400만 개 — 전체 발행 한도(2,100만 개)의 약 20%, 시가 수백조 원 규모가 사실상 무덤에 묻혀 있다.
"암호화된 개인키를 여러 조각으로 분할해 가족·지인들의 기기에 분산 저장해뒀다가, 사용 시 불러 조립하고, 사용 후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재분산하며 내 기기에서는 자동 삭제됩니다. 누가 내 조각을 갖고 있는지 본인도 모르고, 매번 조합이 달라지니 해커가 노릴 대상 자체가 없습니다."
이 구조가 가져다주는 실질적 이점은 세 가지다.
▶ 시장 기회
Self-custody 지갑 시장 규모 약 14억 달러(연평균 20%+ 성장). 분실 비트코인 400만 개 복원 비교 기준 수요만으로도 수백조 원 규모의 잠재 시장 존재.
■ "당신은 인간입니까?"…AI 시대의 결정적 질문
신 대표가 가장 힘주어 말하는 영역은 AI 시대의 인간 인증이다. ChatGPT 이후 AI가 인간보다 더 인간처럼 말하고, 봇이 가족 목소리로 전화를 거는 시대. 그는 2013년 영화 '허(Her)'를 언급했다.
"13년 전엔 공상과학이었지만 지금은 현실입니다. 앞으로 인터넷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당신이 인간이냐'가 될 겁니다. 촌은 그 답을 가지고 있어요."
촌이 특허로 보유한 핵심 개념은 'Tier 기반 인간 검증 트리(Trust Tree)'다. 한 사람이 인간으로 인증되려면 최소 20명의 상호 인증이 필요하다(1-Tier). 그 20명 각각이 또 20명씩 인증받으면 2-Tier, 3-Tier, 5-Tier에 이르는 거대한 인간 신뢰 네트워크가 자동 형성된다.
"3-Tier만 가도 서로 다른 단말기 수천 대, 5-Tier면 수백만 대가 필요합니다. GPU 농장을 돌려도 단말기 고유 ID와 TEE 정보는 위조할 수 없습니다. 인간과 봇을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ID — 그게 촌 ID입니다. 전 세계에서 ID끼리 관계로 연결된 구조는 저희 촌 밖에 없습니다."
마스터카드가 블록체인 위에서 신원 인증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지만, 이는 중앙화된 검증이다. 촌이 가리키는 것은 탈중앙화된 인간 네트워크가 스스로 인간임을 증명하는 구조다.
응용 범위는 무한하다 — 봇이 없는 '인간 전용 SNS', 딥페이크가 통하지 않는 금융 인증, 검증된 유권자만 참여하는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까지.
■ 팬덤이 첫 무대…그리고 인류 표준 디지털 족보
초기 시장 진입 전략으로 신 대표가 주목하는 분야는 팬덤 플랫폼이다.
6월부터 국내 아티스트와 파일럿 서비스를 시작한다.
"BTS 같은 아티스트가 '우리 1촌 맺자'며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면, 촌 앱을 통해 매일 아침 짧은 영상이 팬들에게 푸시됩니다. 터치 즉시 굿즈 구매·공연 예매로 연결되는 구조죠. 유튜브 40% 수수료 없이, 팬들에게는 토큰으로 보상이 돌아가는 완벽한 Web3 팬덤 경제입니다."
그리고 더 장기적인 축은 바이오·헬스케어다. 세대 간 건강 데이터를 연결해 유전 질환 사전 예측 및 맞춤형 의료 컨설팅이 가능하다.
"아이슬란드의 deCODE Genetics가 인구 32만 명의 유전체 데이터로 2012년 암젠에 약 4억 1,500만 달러에 인수됐습니다. 촌은 1차적으로 5,000만 명 규모의 한국 데이터를 목표로 합니다."
가장 장기적인 비전은 '인류 표준 디지털 족보(Universal Digital Genealogy)'다. 버전 2.0 출시 후 전 세계에 무료 공개, 한국 10대 종중 중심의 추진위원회 구성, 문화체육관광부 협조 아래 전 세계 65개 한국문화원을 통한 글로벌 확산을 계획하고 있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통하는 지금이 타이밍입니다. 한국의 촌수 문화가 인류 표준 디지털 족보로 진화해 전 세계에 퍼져나간다면, 그것이 또 하나의 K-문화 자산이 될 겁니다."
■ "의외로 서양이 더 좋아할 겁니다"… 그리고 투자 전략
해외 확장 1차 시장으로 신 대표는 미국·유럽을 꼽았다. 미국의 Ancestry.com은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 약 380만 명이 매월 자기 핏줄을 찾는 데 돈을 낸다. 유럽은 가문(家紋) 전통이 강하다. 반면 고속 성장 개도국들은 아직 선조 탐색보다 경제 성장에 집중하는 단계다.
"가난이 해결되고 나면 품격을 따지고 수준을 따지잖아요. 선진국 쪽에서 더 빨리 반응할 거라고 봅니다."
자금 조달에 대해 신 대표는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 특성상 토큰 발행이 IPO 대비 빠른 글로벌 자금 조달과 커뮤니티 형성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한국도 이제 제도권 토큰 발행이 가능해지는 시기가 오고 있다고 봅니다. 제도 안에서 가능하다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규제 환경이 여의치 않다면 해외 법인을 통한 구조화된 발행도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 투자자를 위한 현황
① 특허 20개 이상 등록 완료
② Android & iOS 앱 출시 완료
③ 보이스피싱 차단 / 개인키 분산 저장 / 팬덤 플랫폼 / 바이오 — 4개 수익 모델 병행
④ B2B 보안 파트너 협의 진행 중
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율촌
⑥ 6월 출시 직후 사업 설명회 및 시드 2차 투자 유치 예정
■ "개개인 삶의 기록 '촌'에 담는다"
인터뷰 말미, 신 대표는 한국 블록체인 업계와 암호화폐 커뮤니티에 메시지를 남겼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과 시장을 함께 열어가는 협업 관계가 됐으면 합니다. 우리 촌의 활동으로 블록체인 업계에 조금이라도 활력이 생기면서 시장이 좀 더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촌의 정체성을 이렇게 정리했다.
"촌은 토큰이나 코인 이전에 인류 모두의 삶을 기록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촌 족보에는 인류 개개인 삶의 기록 — 자신과 가족·친구·인척의 사진, 자신이 쓴 글, 졸업장, 동영상까지 — 을 블로그 형태로 스스로 작성하게 하여 영구히 보전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생각과 활동 로그를 남기듯, 촌으로 개개인 삶의 기록을 영구히 대대손손 후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다른 것들과 좀 다르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AI가 인간보다 더 인간처럼 말하고, 봇이 사람을 사칭해 가족의 목소리로 전화를 거는 시대. 1922년 미국의 유전학자 세월 라이트(Sewall Wright)가 수식으로 정립한 친족도 계수가, 천 년 넘게 이어진 한국의 촌수 문화와 만나, 'AI 시대의 인간 증명'을 통해 '인류 개개인의 삶의 기록'을 블록체인에 담는 형태로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그 시대를 사는 한국의 IT 1세대 창업가가 마지막 도전으로 내건 답은 단순하다.
사람만이 사람을 증명하며, 인류 개개인 삶의 기록은 블록체인을 통해 영원히 후손들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그 증명의 가장 오래된 단위는 — 천 년 넘게 우리 곁에 있던 — 촌(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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