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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① "내가 누구인지, 가족이 증명한다"…IT 1세대 신근영 대표가 블록체인에 족보를 담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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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ID는 있어도 관계 ID는 없었다"…촌이 푸는 신원의 재정의

"당신은 인간입니까?" AI 시대의 인간 인증을 설명하는 신근영 (주)촌 대표. (사진=토큰포스트)

신근영 (주)촌(寸) 대표를 처음 마주한 자리에서 가장 먼저 든 느낌은 의외로 '블록체인 창업가'가 아니라 '인문학 교수'였다. 한 시간 남짓의 인터뷰 동안 그는 자기 사업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시대와 대륙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DNA 친족도 계수를 정립한 1922년 미국의 유전학자 세월 라이트의 논문에서 시작해, 1977년 미국 ABC에서 방영돼 1억 명이 시청한 미니시리즈 '뿌리(Roots)', 조선시대 8촌까지 상복을 입던 제사 예법, 아이슬란드의 유전체 기업 디코더(deCODE)가 2012년 미국 바이오 대기업 암젠에 약 4억 1,500만 달러에 인수된 사연, 영화 '허(Her)'가 그렸던 인간과 AI의 사랑까지. 단 한 번의 검색 없이 모든 레퍼런스가 본인의 언어로 흘러나왔다.

수많은 경험에서 길어 올린 통찰이 답변마다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그런데 묘한 지점은 여기서부터다. 보통 아는 게 많으면 실행이 어렵다. 가능성과 한계가 동시에 보이기 때문이다. 머릿속 데이터베이스가 두꺼울수록 '이게 왜 안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근거도 같이 쌓이는 법이다. 그런데 이 IT 1세대 창업가는 자기 인생 스무 번째 회사로 '촌(寸)'이라는 한국 고유의 관계 개념을 들고 다시 스타트업판에 뛰어들었다. 멋있었다.

1988년 소프트웨어 사업을 시작해 40년 가까이 한국 IT 산업의 변곡점마다 자리해온 그는, 2000년 본인이 창업한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키며 IT 버블의 수혜자가 됐고, 2018년에는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전 ICO기업협의회)의 초대 회장을 지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사람처럼 앱 하나를 들고 토큰포스트 본사를 찾았다.

"제가 회사를 20개째 만든 게 촌입니다. 정확하게 20전 2무 5승 13패죠. 13개는 망했고, 돈은 다 회사에서 날렸습니다. 그런데 이거 하나는 안 하면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았어요."

스무 번째 회사를 시작하면서 신 대표가 손에 쥔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하면서 묵직하다. '내가 누구인지, 국가가 아니라 나를 아는 사람들이 증명한다'는 것. 그는 이를 "인간 신뢰 네트워크 기반의 DID"라고 정의했다. 정부가 발급하는 신분증이 한 번의 해킹으로 무너지는 시대에, 가족이 가족을 인증하고 친구가 친구를 인증하는 천 년 묵은 방식을 블록체인 위에 다시 올리겠다는 발상이다.

종중에서 시작된 발상…"블록체인에 가장 잘 맞는 건 족보였다"

신 대표가 블록체인을 만난 결정적 계기는 의외의 곳에 있었다. 우연히 종중(宗中) 관련 일을 하게 되면서 족보를 들여다보다 떠오른 영감이었다.

"블록체인이라는 게 결국 기록의 문화 아닙니까. 그런데 전 세계 어디를 봐도 제대로 된 기록을 담은 게 없더라고요. 비트코인이다 이더리움이다 해서 화폐 위주로만 돼 있지, 정작 인류 역사를 영원히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다른 분야로는 안 가고 있었어요. 그러다 '아, 이 블록체인에 가장 잘 맞는 게 족보가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피라미드도 몇천 년 뒤면 사라질 수 있지만, 피라미드를 만든 기법부터 돌의 성분까지 디지털에 담아두면 언제든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신 대표의 시각이다.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우주선이 원소를 조합해 무기든 음식이든 무엇이든 만들어내듯, 디지털에 가치를 부여한 블록체인 기술은 결국 '인류 유산의 영구 보관소'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이다. 3D 프린팅이 이미 그 가능성의 일부를 현실로 끌어냈다고 그는 덧붙였다.

문제는 종중에 모이는 사람들 대부분이 고령이라는 점이었다. 60~80대 어른들에게 앱을 깔라, 회원가입을 하라, 비밀번호를 만들라고 하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진다. 신 대표는 복잡한 가입 절차를 거치는 방식 대신, 서로가 서로를 인증하는 방식을 떠올렸다.

"같은 앱을 깔고 '내 아버지야', '내 아들이야', '내 삼촌이야', '내 조카야' 식으로 서로 인증해주면 자동으로 아이디가 완성되는 구조죠. 이걸 특허 내고 공부하다 보니 결국 원시 시대로 돌아가더라고요. 옛날엔 내가 나라는 걸 인증해주고 확인해주는 게 주변 사람들, 가족이었거든요."

지금은 국가가 일방적으로 "당신은 신근영", "당신은 홍길동"이라고 신원을 발급한다. 이 중앙화된 데이터가 한 번 털리면 모든 게 위험해진다. 최근 한국에서도 정부 기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신 대표는 이 지점에서 발상의 역전이 필요하다고 봤다. 나를 낳아준 부모와 형제, 가족이 나를 인증해줄 때, 그것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가족 간 상호 인증을 하면 자동으로 가계도가 그려지고, 가계도를 조금만 더 연결하면 족보가 된다. 족보는 결국 천 년 넘게 검증된 신뢰 네트워크의 기록물인 셈이다.

이름이 왜 '촌(寸)'인가…"DNA 비율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과학"

신 대표가 프로젝트 이름을 '촌'으로 정한 데에는 정교한 계산이 깔려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촌수(寸數)는 단순한 친족 호칭이 아니라, 사실상 DNA 공유 비율과 거의 정확히 일치하는 수학적 개념이라는 것이다.

"지구상 모든 생물은 암수에서 DNA가 50%씩 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하고 아들은 1촌, DNA 50% 공유. 손자가 태어나면 25%로 줄어드니까 할아버지하고는 2촌이고, 증손자는 12.5%니까 3촌이죠. 한 세대 내려갈 때마다 정확히 절반씩 줄어듭니다."

이 원리를 처음 수학적으로 정립한 사람은 미국의 유전학자 세월 라이트(Sewall Wright)다. 그는 1922년 학술지 American Naturalist에 발표한 논문 'Coefficients of Inbreeding and Relationship(근친도 및 친족도 계수)'을 통해, 두 사람이 공유하는 유전자의 비율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공식을 세웠다. 오늘날 23andMe, AncestryDNA 같은 글로벌 유전체 분석 기업들도 이 라이트의 계수를 기반으로 친족 관계를 추정한다. 신 대표는 인터뷰 중 학자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며 멋쩍게 웃었지만, 한국의 촌수가 거의 100년 전에 정립된 서구의 유전학 공식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데에는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신 대표가 가장 즐겨 드는 예는 '사돈의 8촌'이라는 말이다. 왜 하필 7촌도 9촌도 아닌 8촌일까.

"7촌까지는 DNA 비율이 1.45% 정도 됩니다. 그런데 8촌이 되면서 0.78%로 떨어져요. 그때부터 기질이 달라지는 거죠. 옛날 제사 예법에도 어른이 돌아가시면 8촌까지는 상복을 같이 입었습니다. 흰 상복 입고 며느리들은 검은 거 입고. 그런데 8촌이 넘어가면 상복은 없고 두건만 써요. DNA 비율을 모르던 옛 사람들이 직관과 지혜로 기가 막히게 친족 거리를 구분해놓은 겁니다."

세월 라이트의 발견보다 수백 년 앞서, 조선의 유학자들이 같은 결론에 도달해 있었던 셈이다. 신 대표는 이 지점에서 '촌'이라는 한 글자의 글로벌 잠재력을 발견했다.

"외국 사람한테도 스토리텔링이 됩니다. 'cousin'으로 다 묶어버리는 영어와 달리, 한국어에는 친족 거리가 숫자로 박혀 있거든요. 브랜드로 이만한 게 없다고 본 거죠. 마디 촌(寸), 대나무 마디 할 때 그 촌입니다."

촌(寸)이라는 한 글자가 친족, DNA, 한국 전통 예법, 글로벌 브랜드, 그리고 블록체인 식별자까지 모두 품을 수 있다는 그의 설명은, 마치 한 학기 분량의 강의를 5분으로 압축한 듯한 인상을 줬다.

2000년 코스닥에서 2018년 ICO 협회까지…"산업의 변화에 항상 끌렸다"

소프트웨어를 30년 넘게 해본 사람이 블록체인에 끌린 이유에 대해 신 대표는 "트렌드를 느꼈다"고 답했다. 2000년 본인이 창업한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키며 IT 버블의 수혜자가 된 그는, 2017~2018년 블록체인 산업이 태동할 때 또 한 번의 거대한 변화를 직감했다.

"디지털에 가치를 부여한 기술 아닙니까. 그전에는 복제하면 어떤 게 원본인지 몰랐는데, 블록체인이 그 문제를 해결했죠. 새로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타트업들한테 거대한 기회가 열릴 것 같았어요."

2018년 4월 17일 강남 토즈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ICO기업협의회 발기인 총회' 참석자들이 화이팅 포즈를 취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다만 그는 ICO 광풍에는 깊이 실망했다. "사기꾼 같은 사람들이 몇백억씩 걷어가고 피해자가 양산되는 걸 보면서, 저도 ICO 한번 해보겠다고 들어갔어요." 그때 신 대표가 들고 간 아이디어는 '크라우드 보증(Crowd Guarantee)'이었다. 스타트업이나 자영업자가 1억, 2억이 필요할 때 보증을 100만 원, 500만 원 단위로 쪼개 발행해 주변 사람들이 십시일반 보증을 서주는 구조였다. 인도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 '멜라니언 은행(Mela Bank)' 모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프로젝트들 중에서 박수를 제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한 친구가 찾아와서 '회장님이니까 200억은 모을 수 있는데, 100억은 저한테 주셔야 한다'고 하더군요. 누가 책임지느냐고 했더니 '회장님이 책임지셔야죠' 그러는데, 저는 그냥 회사를 접었습니다."

자기 회사를 한순간에 정리해버린 결단력. 신 대표가 20번의 창업 중 13번 실패하고도 무너지지 않은 비결은 바로 이 '매몰비용의 가차 없는 정리'였다. "한번 시도해서 원하는 게 안 나오면 가차 없이 접습니다. 그래서 살아남았어요." 코스닥 상장 당시 매각 자금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단이기도 했다. 6년 전 코로나 시기에 출원해 묻어뒀던 그 크라우드 보증 특허는 지금 다시 살아나 '촌' 안에서 상품화를 준비 중이다.

그가 가진 가장 무서운 자산은 어쩌면 기술도, 자본도 아닌 '알아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일지 모른다. 13번의 실패를 셈에서 빼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이, 20번째 도전을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 부르고 있었다.

"인간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관계 중심 DID의 철학

신원 인증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정부 발급 모바일 신분증, 통신사 PASS, 글로벌 빅테크의 OAuth 인증, 그리고 수많은 DID 프로젝트들. 그럼에도 신 대표가 굳이 'DID 촌'을 들고 나온 이유는 명확하다. 기존 DID들이 대부분 '개인 중심'인 반면, 촌은 '관계 중심'이라는 것.

"지금 DID 프로젝트들은 거의 다 개인 중심인데, 원래 인간은 혼자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족, 친척, 친구, 동료. 우리는 늘 누군가와 연결돼 있어요. 촌은 그 인간관계 자체가 인증하는 ID입니다."

기존 DID는 정부 같은 신뢰 기관이 발행해주는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 한 번 뚫리면 모든 게 무너진다. 반대로 상호 인증으로 만들어진 탈중앙 신원은 해킹 자체가 어렵고, 노드가 어디 있는지 추적하는 것부터 난관이다. 무엇보다 사람 간의 관계는 복제하거나 위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양자컴퓨터가 나와 RSA 암호를 깨더라도,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인간관계의 그물망 자체를 위조하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정부가 발급한 ID는 있어도, 인간관계가 증명된 ID는 없었습니다. 그게 촌의 차별성이죠. 기존 DID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겁니다. 정부 ID는 정부 ID대로 가치가 있고, 촌은 그 위에 한 겹의 인간 검증을 더해주는 거예요."

여기에 한국이라는 시장의 특수성이 결정적인 자산으로 더해진다. 신 대표는 "이 부분은 글로벌 프로젝트들이 절대 못 따라오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족보 문화를 가진 나라입니다. 천 년이 넘는 기록과 5만 개 이상의 종중이 있고, 4촌·8촌으로 수학적으로 정확한 DNA 비율로 이미 존재하는 신뢰 네트워크가 있어요. 거기에 실물 공동체 기반의 데이터가 매일 생성됩니다. Web3 업계에서 이만큼 귀하고 희귀한 기반은 없습니다."

미국·유럽에서는 사촌이든 6촌이든 8촌이든 다 'cousin'으로 묶이지만, 한국에서는 정확하게 촌수를 구분한다. 신 대표가 한국에서 '인류 표준 디지털 족보(Universal Digital Genealogy)'의 가능성을 본 이유다. 1922년 미국에서 세월 라이트가 수식으로 정립한 친족도 계수가, 한 세기 뒤 한국의 한 IT 1세대 창업가의 손에서 블록체인 신원 인증의 알고리즘으로 되살아나는 셈이다.

(2편에서는 보이스피싱 차단, 개인키 분산 저장, AI 시대 인간 인증 등 DID 촌의 핵심 기술 응용과 사업 전략을 이어 소개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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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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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행복회로풀가동

2026.05.29 16:06:40

족보 블록체인이라니 신박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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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만패

2026.05.29 16:03:11

족보를 블록체인에 담는다고? 뜬금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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