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귀금속 골목은 예나 지금이나 금 냄새가 난다. 수십 년째 그 자리를 지킨 금방들, 좁은 골목을 메우는 진열장들. 그런데 이 오래된 거리의 한 건물 안에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금 유통 인프라를 블록체인 위에 올리려는 시도가 조용히 진행 중이다.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 KorDA의 이상윤 대표는 자신을 “웹3에 뛰어든 50대 중년 남자”라고 소개했다. IBM에서 시작해서 아이티센그룹 CSO로 IT 전략가의 길을 걸어온 그는, 8년 전 인수한 한국금거래소의 실물 금 유통 인프라를 기반으로 이제 금을 온체인 금융 인프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KorDA는 오는 5월 중 한국 최초의 실물 금 기반 온체인 토큰 KGLD의 초기 발행 검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한 코인 발행이 아니다. 실물 금의 수입, 보관, 수탁, 검증, 토큰 발행, 상환까지 연결하는 엔드투엔드 구조를 실제 금융 인프라 수준으로 구현하려는 시도다.
“IBM 출신 Web2 전문가, 금 유통 시장으로 진출하다”
이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컴퓨터와 서버를 다루던 IT 사람이 왜 금을 손에 쥐게 됐을까.
“8년 전에 아이티센글로벌이 한국금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당시 금 유통 사업은 속된 말로 ‘100원 떼기’에 가까운 장사였습니다. 시세가 공개되어 있으니 유통 마진은 제한적이었죠. 그런데 브랜드와 실물 유통 인프라의 가치는 분명했습니다. 저희는 IT 기술과 온라인 플랫폼을 결합하면 이 회사의 가치를 완전히 다시 쓸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회사가 KorDA다. 이후 출시한 ‘센골드’와 ‘금방금방’ 플랫폼은 시장에 안착했고, 다음 단계는 자연스럽게 자산 자체의 디지털화였다.
“인프라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과, 자산 자체를 온체인에 올리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후자가 가능해지면 금은 단순히 보관하는 자산이 아니라 금융서비스와 연결되는 자산이 됩니다. 그게 KorDA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입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희소성이라면, 우리는 실물 금의 디지털 권리를 만든다”
비트코인은 오랫동안 ‘디지털 금’으로 불려왔다. 이 대표는 이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을 신뢰하고 있고, 디지털 희소성이라는 개념을 대중화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고 봅니다. 다만 금 기반 사업을 하다 보니 실물 금이 가진 숫자가 보입니다. 전 세계 금은 약 22만 톤, 시장가치는 약 36조 달러 규모로 평가됩니다. 연간 신규 채굴량은 전체 대비 1.8% 수준으로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게 실물 금이 가진 본질적 희소성입니다.”
그는 잠시 멈추더니 말을 이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세계에서 희소성의 상징이라면, KGLD는 실물 금의 보관, 수탁, 상환, 검증 구조를 디지털 권리로 연결하는 모델입니다. 테더골드나 팍소스골드 같은 선행 사례가 있지만, 실물 금 전체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온체인화된 금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다고 봅니다.”
아이티센그룹의 웹3 비즈니스 패밀리
KorDA의 강점을 이해하려면 이 대표가 속한 아이티센그룹의 구조를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이를 ‘웹3 비즈니스 패밀리’라고 표현한다.
한국금거래소는 실물 금의 수입, 유통, 보관, 수탁 인프라를 담당한다. KorDA는 실물 금 기반 디지털 자산의 발행 구조와 금융서비스 연결을 설계한다. 크레더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와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담당한다. 세 회사가 실물 자산, 디지털 자산, 서비스 플랫폼을 수직 및 수평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저희는 단순히 스마트컨트랙트를 만들어 금 토큰을 발행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RWA의 본질은 실물 자산을 어디서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안전하게 보관하고, 어떻게 검증 가능하게 공개하느냐에 있습니다. 한국금거래소의 오프라인 인프라가 없으면 이 구조는 만들기 어렵습니다.”
이 강점은 이미 시장에서 일부 검증됐다. 하나은행과 함께 선보인 ‘하나골드신탁’은 실물 금을 은행 신탁 구조와 연결해 금 보유자가 보관 중심의 자산을 금융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제한된 한도 내에서도 시장의 반응은 분명했습니다. 금을 단순 보관 자산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와 연결하면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KGLD는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5월 초기 발행 검증, 한국 최초 실물 금 기반 온체인 토큰
KGLD의 첫 번째 이정표는 5월 중순으로 예정된 초기 발행 검증이다. KorDA는 이를 한국 최초의 실물 금 기반 온체인 토큰 발행 사례로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이것이 단순한 토큰 출시나 마케팅 이벤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발행 자체가 아닙니다. 실물 금이 실제로 확보되고, 안전하게 보관되고, 그 보관 사실이 검증 가능하며, 토큰 발행과 상환 구조가 투명하게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 과정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5월 초기 발행의 목적은 실전 검증이다. 실물 금 확보, 수탁, 토큰 발행, 내부통제, 상환 가능성까지 전 과정을 실제 환경에서 점검한다. 이후 공식 유통과 상장 여부는 시장 상황, 파트너사 협의, 법률 검토, 컴플라이언스 기준을 종합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KGLD는 한국에서 실물 금 기반 온체인 토큰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수긍할 수 있는 투명한 구조, 제도권 금융회사와도 논의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KGLD에 대한 제도권 금융회사의 관심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증권사와 금융기관은 실물 금 기반 디지털 자산을 향후 금융상품이나 STO 구조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실물 금을 디지털 권리 구조로 연결하면 제도권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활용 가능성이 생깁니다. 다만 서두를 문제는 아닙니다. 자본시장법, 전자증권, 신탁, 수탁, 공시, 투자자보호 기준과 정합성을 갖춘 방식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50톤, 10조 원 — 숫자의 의미”
이 대표가 제시한 중장기 목표는 명확하다. 5년 내 실물 금 50톤 온체인화, 10조 원 규모의 디지털 금 생태계 구축이다.
다소 야심찬 숫자처럼 보이지만, 그는 이 목표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시장 구조에 대한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개인들이 보유한 금은 약 800톤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대부분은 보관 목적입니다. 그중 일부만 디지털 금융 인프라와 연결되어도 의미 있는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저희가 제시한 50톤은 전체 개인 보유 금의 약 6% 수준입니다.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니지만, 시장 전체를 보면 불가능한 숫자도 아니라고 봅니다.”
50톤은 단순한 발행량 목표가 아니다. 실물 금이 디지털 권리, 상환 구조, 제도권 금융서비스와 연결될 때 사업적으로 의미 있는 임계 규모를 뜻한다.
“50톤이라는 숫자는 사업적으로도 중요합니다. 실물 수탁, 보관, 검증, 유통, 금융서비스 연계가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작동하려면 일정 규모가 필요합니다. 저희는 KGLD를 단기 매매용 토큰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10조 원 규모의 디지털 금 생태계로 성장시킬 수 있는 인프라로 보고 있습니다.”
그의 시선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 세계 금 자산은 약 36조 달러 규모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중 온체인 금융 인프라와 연결된 비중은 아직 극히 일부다.
“금은 오랫동안 가장 신뢰받는 실물 자산이었지만, 금융 인프라와의 연결성은 제한적이었습니다. 금을 보유하고 있어도 실시간으로 활용하거나, 투명하게 검증하거나, 다양한 금융서비스와 연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온체인은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기술적 기반입니다. 한국에서 먼저 기준을 만들고, 이후 글로벌 발행 구조도 검토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금은 보관하는 자산이 아니라 작동하는 자산이어야 한다”
KGLD는 단순히 금을 디지털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대표가 그리는 서비스 청사진은 더 넓다.
“저희 그룹의 비전은 세상 모든 서비스에 디지털 가치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만드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서비스입니다. KGLD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을 토큰으로 발행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닙니다. 그 금으로 고객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그가 말하는 핵심은 ‘작동하는 금’이다.
보관만 되는 금이 아니라, 신뢰 가능한 데이터와 권리 구조를 기반으로 제도권 금융서비스와 연결되는 금이다.
“금은 오랫동안 보관의 자산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보관, 검증, 상환, 정산, 결제, 담보평가 등 다양한 기능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런 서비스는 금융회사, 수탁기관, 결제 파트너, 규제기관과의 협의 속에서 단계적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은 금을 투기자산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뢰 가능한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크레더는 이 생태계에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플랫폼 역할을 맡는다. 향후에는 실물자산 기반의 디지털 금융서비스, 데이터 기반 자산관리, AI 기반 서비스 고도화까지 확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Make Wealth Smarter. 내가 가진 자산을 더 똑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금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다양한 실물 자산과 데이터 기반 금융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음은 은(Silver), 그리고 더 넓은 실물자산
금 다음 목표로 KorDA가 주목하는 자산은 은이다.
“금 이후에는 은을 포함한 다양한 실물자산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은은 매우 흥미로운 자산이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은은 금보다 접근성이 높고, 산업 수요도 뚜렷하다.
“사람들이 금보다 은을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수량을 보유할 수 있다는 심리적 장점도 있습니다. 동시에 은은 산업 수요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향후 STO나 실물 기반 금융상품과 연결할 때도 스토리가 더 다양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대표는 확장보다 기준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금에서 먼저 제대로 된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실물 보관, 수탁, 검증, 발행, 상환, 공시가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그다음 자산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순서는 분명합니다. 먼저 신뢰를 만들고, 그다음 확장하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개인 데이터 기반 자산 플랫폼도 구상 중이다.
“온체인 세상에서 개인이 가진 가장 강력한 자산 중 하나는 데이터입니다. 그 데이터를 금융서비스와 연결하는 구조, 그것이 장기적으로 저희가 바라보는 방향입니다. 다만 이것 역시 개인정보 보호, 보안, 규제 정합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규제는 피해야 할 벽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야 할 기준이다”
한국의 RWA 규제 환경에 대한 질문에 이 대표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답했다.
“RWA와 디지털자산은 아직 제도화가 진행 중인 영역입니다. 그래서 사업자가 먼저 높은 수준의 투명성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규제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권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KGLD가 실물 금 기반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KGLD는 실물 금의 보관과 상환 가능성을 기반으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자나 수익률을 약속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가격 상승을 보장하지도 않습니다. 핵심은 실물 금의 권리와 보관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법적 검토는 필수다.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은 권리 구조, 유통 방식, 수익 기대 형성 여부, 사용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 법률 검토, 회계 검토, 내부통제 기준, AML/KYC 체계를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백서에도 이러한 검토 결과와 운영 기준을 최대한 투명하게 담을 계획입니다.”
이 대표는 규제와 혁신의 균형을 강조했다.
“혁신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용자 보호와 시장 신뢰가 없으면 지속될 수 없습니다. KorDA는 실물 금 기반 온체인 자산의 첫 기준을 만든다는 책임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혁신을 주도하면 유럽이 규제를 만든다는 우스갯소리가 우리의 이야기되지 않도록 혁신과 규제가 균형있게 진도가 나가도록 정부와 금융회사도 참고할 수 있는 투명한 사례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토큰포스트 300만 독자에게
인터뷰 말미, 이 대표에게 토큰포스트 독자들에게 전할 말을 부탁했다.
“자산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내 주변에도 수많은 자산이 있습니다. 금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금은 주로 보관하는 자산이었지만, 온체인 기술을 통해 더 투명하고, 더 효율적이며, 더 다양한 금융서비스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는 KGLD의 의미를 다시 한번 정리했다.
“KGLD는 단순한 금 토큰이 아닙니다. 한국 최초의 실물 금 기반 온체인 토큰 발행을 통해, 실물자산이 어떻게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도입니다. 저희는 금으로 시작하지만, 목표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자산을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실물자산, 블록체인, 금융제도, 이용자 보호를 모두 연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희 팀은 이 비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신뢰 가능한 실물 온체인 자산의 첫 기준을 만들어보겠습니다.”
한국금거래소의 8년 실물 금 인프라, KorDA의 디지털 자산 설계 역량, 크레더의 블록체인 서비스 경험이 하나로 묶여 KGLD로 이어지고 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이름을 얻은 지 15년, 이제 실물 금이 온체인 위에서 작동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 KorDA는 아이티센그룹 산하의 실물자산 온체인 전문 기업으로, 오는 5월 중 한국 최초의 실물 금 기반 온체인 토큰 KGLD의 초기 발행 검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실물 금 50톤 온체인화와 10조 원 규모의 디지털 금 생태계 구축을 추진한다.
본 기사는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편집·재구성되었으며,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KGLD의 발행, 유통, 상장, 상환 및 제도권 금융서비스 연계는 관련 법령, 외부 법률 검토, 파트너사 협의 및 내부통제 기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