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분석] 은행은 회복했지만, 토큰화 앞에서는 취약하다

| 알파리포트

은행업은 다시 살아난 것처럼 보인다. 금리 상승은 오랫동안 낮은 수익성에 시달리던 은행에 숨통을 틔웠고, 유럽과 일본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AE)은 개선됐다. 다수 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섰고, 부실채권(NPL) 비율도 낮아졌다.

그러나 IBM은 이 회복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겉으로는 회복했지만, 속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진단이다.

IBM 기업가치연구소(IBV)가 발간한 『2026 글로벌 은행·금융시장 전망: 토큰화 경제의 은행업』 보고서는 전 세계 500명의 은행·결제 부문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권의 현재 위치를 분석했다.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은행은 지난 10여 년의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토큰화 경제로 넘어갈 준비는 아직 부족하다.

IBM은 향후 24개월이 승자와 나머지를 가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봤다. 2030년이 되면 토큰화 자산, 스테이블코인,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가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의 기본값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회복은 했지만, 체력은 약하다

보고서가 첫 장에서 제시한 표현은 “개선됐지만 취약하다”였다.

은행업의 최근 회복은 분명 숫자로 확인된다. 금리 상승은 순이자마진을 끌어올렸고, 수익성 지표도 개선됐다. 특히 장기간 저금리 환경에 눌려 있던 유럽과 일본 은행에는 금리 상승이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IBM은 이 회복이 은행 자체의 구조적 혁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은행이 강해졌다기보다, 금리가 은행을 살려준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대손충당금 부담이 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업과 원자재 가격의 고평가가 조정을 받을 경우, 은행의 자산관리 수수료 수익도 흔들릴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갈등, 공급망 교란, 경기 둔화 위험까지 겹쳐 있다.

은행은 회복했지만, 회복의 기반은 단단하지 않다. IBM이 말하는 취약성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전략의 핵심”은 26%, 실행 준비는 9%

가장 뚜렷한 문제는 의지와 실행 사이의 간극이다.

조사에 응한 금융권 임원 중 26%는 토큰화를 이미 자사 전략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적지 않은 수치다. 전통 금융권에서도 토큰화가 더 이상 실험적 기술이나 주변 의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실행 단계로 들어가면 숫자는 급격히 줄어든다. 2026년 안에 토큰화 관련 이니셔티브를 가동 중이거나 배포 준비가 됐다고 답한 비율은 9%에 그쳤다.

전략은 있지만 실행은 없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이 격차의 핵심 원인으로 인력 부족을 꼽았다. 응답자의 71%가 관련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14%는 인력 격차가 “심각한 제약”이라고 평가했다.

토큰화 경제에서 필요한 역량은 기존 은행 업무와 다르다. 분산원장 기술, 토크노믹스, 디지털 커스터디, 스마트컨트랙트, 온체인 정산 구조를 이해하고 실제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당수 은행 내부에는 아직 이런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

시장 지형은 이미 달라지고 있다. 네오뱅크는 오프체인 디지털 금융에서 점유율을 확보했고, 핀테크와 블록체인 기업은 온체인 경제의 기반 계층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반면 전통 금융기관 상당수는 토큰화 이전 시대에 설계된 코어뱅킹 시스템에 묶여 있다.

토큰화의 문제는 기술 도입의 속도가 아니라 조직의 실행 능력이다.

은행의 무기는 여전히 ‘신뢰’다

그렇다고 은행이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IBM은 은행이 토큰화 경제에서 여전히 중요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봤다. 그것은 신뢰다.

은행은 규제 대상 금융기관이다.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디지털 신원, 세무, 프라이버시 보호, 기관 고객 관리에 익숙하다. 토큰화 경제가 커질수록 이 역량의 가치는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입장에서 은행은 여전히 합법적이고 규제된 파트너다. 기관 자금이 온체인으로 이동할수록 “누가 안전하게 보관하고, 누가 규제 리스크를 관리하며, 누가 감사 가능한 구조를 제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해진다.

이 지점에서 커스터디가 핵심 사업으로 떠오른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임원의 61%가 커스터디 솔루션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IBM은 이를 두고 커스터디가 단순한 지원 기능에서 전략 플랫폼으로 격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커스터디는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후선 업무에 가까웠다. 그러나 토큰화 경제에서 커스터디는 다르다. 암호화 키의 안전한 관리,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권리 이전, 24시간 즉시 정산, 규제 준수, 기관 자산의 온체인 접근성이 모두 커스터디 안으로 들어온다.

특히 자산관리 부문에서는 디지털 커스터디의 중요성이 더 크다. 응답자 중 74%가 디지털 커스터디를 자사의 주된 역할로 봤다. 토큰화된 채권, 펀드, 부동산, 실물자산(RWA)이 늘어날수록 은행이 제공할 수 있는 수탁·정산·보고 기능은 고부가가치 사업이 될 수 있다.

지갑은 새 전장인데, 은행은 아직 머뭇거린다

보고서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영역은 지갑이다.

2030년까지 은행이 맡게 될 역할로는 서비스 제공자 64%, 커스터디언 61%, 발행자 56%가 상위에 올랐다. 반면 지갑 솔루션을 적극 제공하겠다는 응답은 32%에 그쳤다.

이는 중요한 신호다. 토큰화 경제에서 지갑은 단순한 보관 도구가 아니다. 고객 접점이자 결제 수단이며, 디지털 신원과 자산 소유권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다. 은행 앱이 모바일 금융의 전장이었다면, 토큰화 경제에서는 지갑이 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결제 부문 임원의 67%가 지갑 관리를 가장 매력적인 성장 통로로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은행권의 준비 수준은 아직 낮다. IBM이 “지갑은 새로운 격전지”라고 표현한 이유다.

은행이 지갑을 놓치면 고객 접점도 놓친다. 커스터디는 은행 안에 남더라도, 고객 경험은 핀테크와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는 은행에 더 큰 문제다. 금융업에서 고객 접점을 잃는 것은 단순한 수익 감소가 아니라 플랫폼 지위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레거시 코어뱅킹이 발목을 잡는다

토큰화 전환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제약은 오래된 코어뱅킹 시스템이다.

IBM의 별도 연구에 따르면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의 94%가 초기 일정을 지키지 못했다. 절반 이상은 약속했던 비용 절감, 민첩성 개선, 고객경험 향상도 달성하지 못했다.

은행권이 토큰화에 느린 이유는 단순히 보수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존 시스템이 너무 무겁고, 복잡하며,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계정계 시스템, 리스크 관리, 규제 보고, 보안 체계, 고객 데이터가 얽혀 있어 새로운 인프라를 붙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응답 임원 77%가 현대화된 컴퓨팅 플랫폼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토큰화 확장의 필수 조건으로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규모 데이터 처리, 실시간 정산, 분산원장 연동, 보안 강화, 규제 대응을 감당하려면 인프라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여기에 양자컴퓨팅 리스크도 추가된다.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의 보안은 암호기술에 기반한다. 양자컴퓨팅이 기존 암호체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응답자의 89%는 양자내성암호(PQC)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토큰화 전환은 블록체인 프로젝트 하나를 붙이는 일이 아니다. 은행의 기술 체질을 바꾸는 일이다.

앞으로 24개월이 승부처다

IBM 보고서가 제시하는 시간표는 분명하다. 2030년이면 토큰화 자산, 스테이블코인, CBDC는 더 이상 주변 기술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기본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IBM 컨설팅의 샨커 라마머시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는 보고서 서문에서 번성할 기관은 2026년과 2027년에 어려운 결정을 내린 곳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이 시기를 레거시 시스템 현대화의 검토 단계로만 보낸 기관은 이미 지나가 버린 시장을 뒤늦게 따라잡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이미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 수준이며, 이 가운데 대부분은 달러에 연동돼 있다. 미국에서는 지니어스(GENIUS)법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가 구체화되고 있다. 규제의 공백이 줄어들수록 기관의 참여 장벽은 낮아질 수 있다.

IBM의 결론은 냉정하다. 지금 토큰레디(token-ready) 코어를 구축하고, 커스터디 인프라를 배치하고, 생태계 파트너십을 확보하는 은행은 2030년의 고마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기존 코어 시스템의 보수와 현대화에만 머물러 있는 은행은 토큰화 경제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부에 남게 될 수 있다.

은행의 진짜 경쟁자는 핀테크만이 아니다. 기업 고객, 기관투자자, 자산운용사, 결제 기업이 스스로 토큰화 인프라를 선택하기 시작하면 은행의 중개 지위는 약해진다.

토큰화는 은행업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다. 그러나 준비하지 않은 은행의 역할을 줄이는 기술은 될 수 있다. IBM 보고서가 던지는 경고는 여기에 있다. 은행은 회복했지만, 다음 금융 인프라로 넘어갈 준비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그리고 그 준비 부족은 2030년이 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격차로 굳어질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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