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없이도 투자한다"…스위스 P2B 대출, 온체인으로 국경을 넘다

| 김민준 기자

유럽 중소기업(SME)의 자금 조달 격차는 오랫동안 은행이 메우지 못한 공백으로 남아 있다. 코인텔레그래프 리서치와 8lends가 지난 7월 공동 발표한 보고서는 이 격차를 390억 달러 규모로 추산했다. 스위스 크라우드렌딩 플랫폼 마클리어(Maclear AG)가 만든 온체인 자매 플랫폼 8lends는 이 공백을 블록체인 위에서 메우겠다고 말한다.

8lends는 2025년 3월 출범한 이른바 '웹2.5' 하이브리드 플랫폼이다. 대출 심사와 담보 설정은 스위스에서 전통 핀테크 방식으로 처리하고, 투자 참여와 정산은 베이스(Base) 체인 위에서 USDC로 이뤄진다. 8lends는 지난 7월 22일 한국어 X 계정과 텔레그램 채널을 동시에 열며 아시아태평양(APAC) 진출의 첫 국가로 한국을 택했다.

토큰포스트는 8lends의 이반 마르체나(Iván Marchena)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를 만나 마클리어와의 관계, 토큰의 역할, 한국 시장 전략, 그리고 고수익 주장에 대한 검증 방법을 물었다.



먼저 모회사 격인 마클리어부터 설명해달라. 어떤 투자자를 위한 플랫폼인가.

"마클리어는 스위스에 기반을 둔 P2B(개인 대 기업) 크라우드렌딩 플랫폼이다. 2020년에 회사를 세웠고 2023년에 첫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일반 투자자와 성장 자금이 필요한 유럽 기업을 연결하는 구조다.

차입자는 제조, 무역, 물류, 건설 등 실물경제에 속한 중소기업이다. 모든 대출에는 담보가 설정되고 별도의 대손충당기금(Provision Fund)이 뒷받침한다. 투자자는 50유로부터 참여할 수 있고 매달 상환을 받는다. 세컨더리 마켓과 자동투자(AutoInvest) 기능도 제공한다. 유럽경제지역(EEA) 투자자가 유럽 기업 부채에 수동적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로 접근할 수 있게 만든 상품이다."


마클리어의 성과 지표를 공유해달라.

마클리어가 제시한 2026년 6월 기준 수치는 다음과 같다.

5월 역시 약 1,050만 유로가 집행됐고 신규 투자자 4,249명이 유입돼 누적 투자자 기반은 약 3만 9,500명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트래픽 분석 도구 SEMrush 기준 6월 마클리어 웹사이트 월 방문자는 38만 1,530명으로 5월(28만 명) 대비 36%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 34%, 독일 19%, 스페인 11%, 포르투갈 9%, 스위스 6% 순으로 서유럽에 집중돼 있으며, 유입 경로의 약 76%가 직접 유입(direct)이다.


마클리어가 있는데 왜 8lends를 따로 만들었나.

"유럽에서 P2B·크라우드렌딩은 카테고리 자체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 마클리어를 포함한 주요 사업자들이 특히 최근 2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경험했다. 우리는 같은 수요와 기회가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에 존재한다고 봤다.

문제는 마클리어가 스위스 규제 대상 법인이라는 점이다. 유럽 역외 이용자를 직접 상대할 수 없다. 8lends는 여기서 출발했다. 블록체인을 통해 대륙 밖 이용자에게도 P2B 대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했다.

8lends는 전통 핀테크의 기능과 이점을 그대로 가져오되, 그 아래에 변경 불가능한 스마트컨트랙트를 깔아 투명성을 극대화한 하이브리드 플랫폼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마클리어와 8lends는 어떤 관계로 이해해야 하나.

"두 개의 독립된 플랫폼이 하나의 심사 엔진을 공유하는 구조로 보면 된다.

차입자와 대출 선별은 공유된다. 마클리어가 실사, 담보 평가, 등급 산정을 양쪽 모두에 대해 수행한다. 따라서 차입자 풀과 심사 기준은 겹친다.

다만 통계는 분리돼 있다. 각 플랫폼이 자체 조달액, 투자자 수, 트랙레코드를 별도로 집계한다. 마클리어 쪽이 규모가 크고 이력이 길며, 8lends는 작고 신생이다. 두 숫자를 합산해서 보면 안 된다.

가장 크게 다른 것은 법적 구조다. 마클리어 AG는 스위스 법인이고 폴리레그 SRO를 통해 규제를 받는다. 8lends는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에 등록된 알파 시스템즈(Alpha Systems LLC)가 운영하는 별도 법인이며, 마클리어 AG가 담보 대리인(Collateral Agent) 역할을 맡는다. 관할권과 투자자 보호 장치, 위험 프로파일이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담보 심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나.

"8lends는 가장 중요한 기능 하나를 마클리어에 의존한다. 프로젝트 검증과 실물 자산 담보 설정이다. 공장 설비, 사업용 장비, 사업용 부동산 등이 대출에 대한 담보로 잡힌다.

마클리어는 지난 6년간 이 절차를 다듬어 왔고, 그 결과 디폴트가 단 한 건에 그쳤다. 그 한 건도 담보로 잡은 사업 자산을 청산해 투자자에게 원금을 돌려줬다.

8lends는 같은 심사팀과 같은 기준을 자체 차입자 풀에 적용한다. 2025년 3월 출시 이후 8lends의 디폴트는 0건이다."


프로젝트에 투자하려면 토큰을 사야 하나. 그렇다면 8lends 토큰의 역할은 무엇인가.

"두 부분으로 나눠 답하겠다.

첫째, 토큰을 살 필요는 없다. 토큰은 우리 핵심 사업이 전혀 아니다. 우리 비즈니스 모델은 토큰에 의존하거나 토큰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8lends의 본질은 P2B·크라우드렌딩 영역의 전통 핀테크 기업이다. 8lends에 올라온 어떤 프로젝트든 스테이블코인으로 참여할 수 있고, 8lends의 경우 그 수단은 USDC다.

둘째, 8lends 토큰의 핵심 기능은 로열티 포인트다. 프로젝트 투자 같은 이용자 활동에 대해 토큰을 지급한다. 스타벅스의 별(Star)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면 된다."

8lends에 따르면 투자자는 투자금액의 6%에 해당하는 $8LNDS 토큰을 '증명된 대출(Proof of Loan)' 방식으로 추가 지급받으며, 여기에는 베스팅이 적용된다.


8lends의 주요 지표는.

코인텔레그래프 리서치와의 공동 보고서 및 8lends 자체 집계 기준(2026년 6월) 수치는 다음과 같다.

8lends 측은 5월 기준 월간 활성 투자자가 약 1,940명이었고, 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이 유입 상위 국가로 마클리어와 지역 분포가 겹친다고 밝혔다. 활동 대부분이 마케팅 사이트가 아닌 dApp(app.8lends.io)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웹사이트 트래픽보다 dApp 거래와 스마트컨트랙트 온체인 기록이 더 유효한 지표라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APAC 진출의 첫 국가로 한국을 택한 이유는.

"APAC은 세계에서 디지털 자산 수용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우리가 우선 검토한 세 나라는 한국, 필리핀, 베트남이었다.

최종적으로 한국을 택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한국 이용자의 블록체인 이해도가 매우 높다는 점과 시장 생태계가 성숙했다는 점이 가장 컸다. 안목 있는 한국 이용자라면 8lends의 투명성, 상환 트랙레코드, 제로에 가까운 부실률, 그리고 APR 수준을 시장의 다른 선택지와 비교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국을 첫 시장으로 정한 뒤에는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투자를 결정했다. 한국의 대표적 프로젝트들과 함께 일해온 경험 있는 팀을 확보했다. 커뮤니티 매니저 팀, 콘텐츠 팀, 컨트리 매니저가 모두 포함된다.

여기에 한국의 알파 커뮤니티, 인플루언서, 미디어와 협력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8lends는 이미 유럽 밖으로 확장한 사례가 있지만, 자체 X 계정과 텔레그램 채널을 별도로 개설한 국가는 한국이 처음이다. 한국 이용자의 선호를 고려해 네이버와 카카오톡 채널도 함께 운영한다."

8lends의 글로벌 텔레그램 구독자는 약 1만 4,800명, 글로벌 X 팔로워는 약 10만 3,000명이다. 한국어 X(@eightlendsKR)와 한국 텔레그램(@eightlends_korea)은 지난 7월 22일 공식 개설됐다.


누적 1,540만 USDC 상환이라는 주장은 어떻게 검증할 수 있나.

"검증 가능하다. 먼저 8lends 스마트컨트랙트가 서틱과 사이버스코프 양쪽에서 감사를 받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원금 상환과 진행 중인 APR 지급에 관한 우리 주장은 모두 온체인에 기록돼 있고 웹사이트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다. 방법은 이렇다.

8lends 메인 페이지 상단 내비게이션에서 '프라이머리(Primary)' 탭을 누르면 오픈·예정·펀딩완료·상환완료(Open/Soon/Funded/Repaid) 네 가지 분류가 나온다. '상환완료'를 선택한 뒤 아무 프로젝트나 열고 상세 내역을 펼치면 '원금 상환' 항목과 일치하는 온체인 트랜잭션이 표시된다. 그 금액을 클릭하면 해당 거래의 베이스스캔(Basescan) 기록으로 연결된다. 상환완료 상태의 모든 프로젝트에 대해 같은 작업을 반복할 수 있다. '펀딩완료' 탭에서는 각 프로젝트에 투자한 모든 이용자에게 지급된 월별 APR 내역도 확인할 수 있다.

8lends는 이용자와 프로젝트 양쪽에 대해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유사한 프로젝트들에도 같은 수준의 공개를 요구한다."


지난 2년간 웹3 업계는 침체했다. 한국 생태계에 적극 투자하면 경쟁자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그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는.

"두 부분으로 나눠 답하겠다.

먼저 지난 24개월간 웹3 전반이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8lends의 핵심 사업 모델은 모회사 마클리어의 검증된 모델에 기반한 웹2 핀테크 기업의 그것이다. 일반적인 웹3 기업과 달리 우리는 토큰 매출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은 유럽 밖 더 넓은 이용자층에게 검증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이자 도구일 뿐이며, 생태계 전체에 전례 없는 투명성을 제공하는 수단이다.

은행 금리가 낮고 중소기업의 자본 접근이 어려운 지금 같은 국면에서, 8lends 같은 플랫폼은 이용자에게는 저금리에 대한 헤지 수단이 되고 중소기업에는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줄이 될 수 있다. 업계가 어려운 와중에도 한국 웹3 생태계에 기여하고 투자할 여력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가 투기가 아닌 견고한 사업 기반 위에서 운영돼 왔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두 번째로, 옳고 좋은 일을 하면 공격받게 마련이다. 안타깝지만 세상의 자연스러운 이치다. 다만 그런 공격은 오히려 우리 사업 모델과 서비스를 검증해준다. 비방하는 쪽이 할 수 있는 일은 편집된 정보로 허위 사실을 만드는 것뿐이고, 우리는 그것을 투명하게 반박할 수 있다. 결국 진실이 이긴다.

이런 일들이 우리의 두 가지 큰 목표를 흔들지는 못한다. 한국과 나아가 APAC·중남미 이용자에게 자국 은행의 저금리에 대한 헤지 수단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중소기업에 더 빠른 자금 접근을 제공하는 것이다."


마클리어의 강점은 유럽 중소기업 심사 능력이다. 한국 등 유럽 밖 중소기업으로 대상을 넓힐 계획은 있나.

"8lends의 담보 대리인으로서 마클리어는 유럽 내 중소기업 프로젝트 심사와 담보 설정에서 검증된 관행을 갖고 있다. 문제는 APAC 각국이 저마다 다른 제도적 틀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처럼 하나의 APAC 프레임워크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의 노하우와 관행을 약간의 현지화만으로 적용할 수 있는 APAC 국가들을 선별해 검토해 왔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8lends에 올라오는 프로젝트가 헝가리에서 왔든 한국에서 왔든 동일한 위험 프로파일을 갖는다는 확신이다.

우리는 제로에 가까운 부실 기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 한다. 플랫폼 등재를 신청한 중소기업의 거절률이 90%를 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집자 주] 본 기사에 인용된 수익률, 부실률, 조달·상환 규모 등 수치는 마클리어 AG 및 8lends가 제공한 자료와 코인텔레그래프 리서치 공동 보고서에 근거한 것으로, 토큰포스트가 독립적으로 검증한 수치가 아니다. 8lends는 스위스 법인인 마클리어 AG와 별개로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에 등록된 알파 시스템즈 LLC가 운영하며, 마클리어가 적용받는 스위스 폴리레그 SRO 규제는 대출 심사·담보 설정 영역에 한정된다. 연 19~25% 수준의 목표 수익률은 확정 수익이 아니라 신용·담보·유동성 위험을 수반하는 사모 대출 상품의 목표치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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