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OTCQX:RHHBY)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핵심 항암 파이프라인 2건에 대해 잇따라 ‘우선심사’를 받았다. 수술 후 재발 억제가 중요한 3기 대장암과 초기 유방암 치료 영역에서 허가 심사가 빨라지면서, 로슈의 항암 포트폴리오 확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로슈는 자회사 제넨테크를 통해 3기 dMMR/MSI-H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보조요법 ‘티쎈트릭’과 ‘티쎈트릭 하이브레자’ 병용요법에 대한 추가 생물의약품 허가신청서(sBLA)가 FDA에 접수됐으며,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대상은 수술 후 화학요법과 함께 사용하는 치료다.
심사 근거는 3상 ‘ATOMIC’ 임상시험이다. 회사에 따르면 티쎈트릭 병용군은 화학요법 단독군보다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50% 낮췄다. 36개월 무질병 생존율은 86%로, 화학요법 단독군의 76%를 웃돌았다. FDA의 결정 시한은 2026년 10월 9일로 제시됐다.
로슈는 초기 유방암 치료제 후보 ‘지레데스트란트’에 대해서도 FDA 우선심사를 받았다. 이 약물은 ER 양성, HER2 음성 1~3기 유방암 성인을 위한 보조요법으로 신청됐으며, 경구용 SERD 계열 가운데 근치적 치료 환경에서 3상 긍정 결과를 확보한 첫 사례라는 점이 부각된다.
3상 결과를 보면 지레데스트란트는 표준 내분비요법 대비 침습성 무질병 생존(iDFS) 위험을 30% 낮췄다. 3년 iDFS는 92.4%로, 대조군 89.6%보다 높았다. 전체생존(OS) 데이터는 아직 성숙하지 않았지만, 회사는 긍정적 추세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물질의 FDA 결정 예정일은 2026년 11월 30일이다.
로슈는 항암제 외에도 진단과 대사질환, 간질환 분야에서 신규 성과를 동시에 공개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동반진단 검사 ‘VENTANA MMR RxDx 패널’의 IVDR 승인을 받았다. 적응증 확대로 이 검사는 5개 암종, 6개 적응증에서 미스매치 복구 상태를 확인하는 데 활용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면역항암제 처방 적합 환자를 더 정밀하게 선별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비만 치료 포트폴리오도 전진하고 있다. 로슈와 제넨테크는 미국당뇨병학회(ADA) 2026 학술대회에서 비만 후보물질 2상의 새로운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주요 대상은 이중 GLP-1/GIP 작용제 ‘에니세파타이드(CT-388)’와 체중 관리를 위한 인간 아밀린 유사체 ‘페트렐린타이드’다. 두 후보물질은 효능, 안전성, 내약성 측면에서 고무적 결과를 보였고, 2026년 중반께 복합 고정용량 2상 시험도 시작할 계획이다.
간질환 관리 영역에서는 만성 간질환(CLD) 지원용 ‘리버 디지즈 패널’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혈액 바이오마커와 알고리즘을 결합해 간 섬유화 위험을 비침습적으로 평가하도록 설계됐다. 로슈는 전 세계 만성 간질환 환자군이 15억명에 이르는 만큼, 조기 선별과 간암 감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슈는 신약 개발 협업도 확대했다. 미국 누릭스 테라퓨틱스와 경구용 BTK 분해제 ‘벡소브루타이드그(NX-5948)’ 공동개발·공동상업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 물질은 혈액암, 면역질환, 신경질환을 겨냥하고 있으며, 2026년 여름 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 3상 진입이 예정돼 있다.
계약 조건을 보면 누릭스는 선급금 7억달러를 받으며, 전체 계약 규모는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23억달러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1조7170억원의 선급금, 총 3조5215억원 수준이다. 개발비는 로슈 60%, 누릭스 40% 비율로 분담하고, 미국 내 손익은 50대 50으로 나눈다. 거래 종결은 경쟁당국 승인 등을 거쳐 2026년 3분기로 예상된다.
감염병 진단 대응에서도 속도를 보였다. 로슈는 희귀 에볼라 바이러스인 ‘분디부교’ 변이를 검출하는 연구용 PCR 검사를 유전체 정보 공개 후 단 6일 만에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검사는 중앙·동아프리카 지역의 발병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026년 5월 17일 관련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 바 있다.
로슈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6에서도 15개 이상 암 적응증에 걸친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지레데스트란트의 3상 연구 3건을 포함해 HER2 양성 유방암, 뇌전이, KRAS G12C 폐암 병용요법, 림프종 업데이트가 예고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FDA 우선심사가 단순한 일정 단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대장암과 유방암처럼 환자 수가 많고 표준치료 경쟁이 치열한 영역에서 임상적 이점을 입증했다는 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로슈가 항암제, 진단, 비만, 간질환, 감염병 대응까지 사업 축을 넓히고 있어, 향후 허가 결과와 후속 글로벌 신청 진행 상황이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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