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와 해상 수송로 불안으로 번지면서 17일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88.10달러로 전장보다 4.5% 상승했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도 배럴당 82.49달러로 4.5% 뛰었다. 국제 유가는 단순히 산유국의 생산량만이 아니라 전쟁 위험과 운송 차질 가능성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번에는 실제 전투 범위가 넓어지며 시장의 불안이 빠르게 가격에 반영됐다.
유가를 밀어 올린 직접적인 배경은 걸프 지역 민간 인프라까지 공격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쿠웨이트 전력수자원재생에너지부는 이란이 쿠웨이트 내 발전소와 해수담수화 시설을 공격해 설비 파손과 화재, 발전장비 손상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원유 생산시설뿐 아니라 전력과 물 공급 같은 생활 기반 시설까지 충돌의 영향권에 들어갔다는 뜻이어서, 시장에서는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국의 군사 대응 수위가 높아진 점도 긴장을 키웠다. 미군은 전날 이란에 대한 공습 표적을 철도 교차로와 교량 등 민간시설로 넓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이란이 합의에 응하지 않으면 다음 주 교량과 발전소 등 민간 인프라를 타격할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시설인 하르그섬 등에 대한 지상군 투입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시장은 중동 원유 공급망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상 운송로 불안은 이번 유가 상승을 더 민감하게 만든 변수다. 로이터 통신은 16일 이란이 자국 전력 인프라가 미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에 대비해 예멘 후티 반군에 홍해 원유 수송로 봉쇄 준비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위협받으면, 중동산 원유가 아시아와 유럽으로 이동하는 핵심 통로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PVM오일어소시에이츠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물량 상당수가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동서 원유 파이프라인을 거쳐 홍해의 얀부항으로 우회하고 있는 만큼, 홍해 위협은 실질적인 충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유가 급등은 산유량 감소가 현실화해서라기보다, 원유를 생산하고 실어 나르는 길목 전반이 동시에 불안해졌다는 데서 비롯됐다. 이 같은 흐름은 중동 충돌이 에너지 시설과 해상 통로를 겨냥하는 방향으로 더 확대될 경우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과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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