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현지통화 결제 재확인…공동통화 일정은 없어

| 정민석 기자

브릭스(BRICS)가 역내 무역에서 현지통화 사용과 국경 간 결제망 연결을 재확인했지만, 달러를 대체할 공동통화 도입 일정은 내놓지 않았다. 이번 논의는 단일 통화 출범보다 기존 결제망을 연결하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브릭스 정상들은 9월 12~13일 인도 뉴델리 정상회의에서 결제·메시징 시스템의 상호운용성과 현지통화 결제를 논의했다. 인도 총리실이 공개한 뉴델리 선언은 브릭스 결제 태스크포스가 국경 간 결제의 속도·비용·접근성·효율성·투명성·안전성을 높일 실용적 해법을 계속 검토한다고 밝혔다.

선언문에는 공동통화 창설이나 달러를 대체할 단일 통화 도입 결정이 담기지 않았다. 2025년 브릭스 리우데자네이루 선언도 국경 간 결제 시스템의 상호운용성과 현지통화 사용을 논의 대상으로 남겼고, 관련 구상은 자발적·비구속적 성격으로 규정했다.

이는 브릭스의 탈달러 논의가 공동통화보다 국경 간 결제망 구축에 집중되고 있다는 본지의 앞선 보도와 같은 흐름이다. 브릭스가 실제로 추진하는 방식은 새 통화를 만드는 것보다 각국 결제망과 현지통화 거래를 연결하는 데 가깝다.

달러의 국제 결제 기반은 여전히 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5년 4월 외환 거래에서 달러가 거래 한쪽에 포함된 비중은 89.2%였고, 유로와 엔화는 각각 28.9%, 16.8%였다.

달러의 유동성과 금융시장 규모를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지통화 결제는 환전 단계를 줄일 수 있지만 상대국 통화의 유동성, 환헤지 수단, 은행 간 정산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브릭스의 경제 규모가 결제 통화의 영향력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브릭스 회원국들이 2024년 세계 GDP의 27%, 상품 수출의 24%를 차지했지만 역내 교역은 세계 교역의 약 5%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회원국의 산업 구조와 교역 관계가 충분히 통합되지 않은 점도 제약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원자재 거래에서 달러 표시가 널리 쓰이는 상황에서는 수출업체가 유동성이 낮은 현지통화를 받아들일 유인이 제한될 수 있다.

중국과 인도의 무역 불균형도 결제망 통합에 부담이다. 인도 외교부 자료상 2025~2026 회계연도 양국 교역은 1511억달러(약 203조원)였고, 인도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1121억6000만달러(약 151조원)였다.

결제통화를 바꾸더라도 무역 구조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도는 루피 사용 확대를 지지하지만,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큰 상황에서 현지통화 결제가 곧바로 전략적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현지통화 결제 확대도 브릭스 전체의 공동 성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러시아 정부는 2022년 1분기 양국 교역 결제의 70%가 루블과 위안으로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이는 서방 제재 이후 양국 간 교역 구조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된 사례다.

제이언트 크리슈나(Jayant Krishna)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브릭스는 달러의 유동성·신뢰·제도적 기반을 대체할 통합 금융·거시경제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브릭스의 정상선언과 실제 금융 체계 사이에 아직 간극이 있다는 설명이다.

레마 바타차리야(Reema Bhattacharya) Verisk Maplecroft 아시아 리서치 책임자는 중국과 인도의 경쟁을 브릭스 결속의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지목했다. 회원국마다 제재 위험, 환율 변동, 통화 유동성, 대외무역 구조가 달라 단일한 결제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탈달러화보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더 직접적인 변수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국경 간 결제를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달러의 국제적 지위를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테더(USDT)와 유에스디코인(USDC)처럼 달러에 연동된 결제수단이 블록체인에서 널리 사용되면 결제 인프라는 바뀌어도 통화 기준은 달러에 남을 수 있다. 따라서 블록체인 결제 확대가 곧 탈달러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확인된 내용은 달러 대체가 아니라 현지통화 결제와 결제망 연결을 계속 검토하기로 한 결정이다. 뉴델리 선언은 결제 태스크포스가 관련 해법을 계속 검토한다고 밝혔으며, 공동통화 도입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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