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美 정부 셧다운 우려에 하락 마감…AI 강세도 역부족

| 연합뉴스

코스피가 9월 30일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가능성에 대한 불안 심리 속에 소폭 하락했다. 장 초반 인공지능(AI) 관련업종의 강세에 힘입어 상승 출발했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결국 하락 마감한 것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일 대비 6.61포인트(0.19%) 내린 3,424.60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3,443.38까지 반등했지만, 점차 매수세가 위축되며 보합권을 맴돌다 오후 들어 하락 전환했다. 무엇보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셧다운은 연방 예산안이 기한 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데, 정부 부처 일부가 문을 닫고 공공 서비스가 일부 중단될 수 있다. 현지시간 기준 10월 1일 오전 0시 1분이 시한이다.

국내 증시에도 미국 정세의 영향은 밀접하게 작용하고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 나스닥지수가 전날 모두 상승 마감했지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장중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는 AI와 반도체 관련주 강세에도 불구하고 셧다운에 대한 경계 심리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코스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 초반 상승세를 보이다 이후 하락 전환하며 각각 0.36%, 0.43% 내렸다.

환율 시장에서도 불안 심리가 반영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2원 오른 1,402.9원을 기록했다. 이는 달러 수요가 상대적으로 강화됐음을 반영한 것이며, 달러에 대한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투자 주체별 수급을 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37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557억 원, 157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570억 원 규모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셧다운 이슈보다 중장기적인 시장 흐름에 더 주목하는 세력이 일부 존재함을 시사한다.

코스닥 시장 역시 하방 압력을 받았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4.72포인트(0.56%) 하락한 841.99로 마감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1,893억 원, 223억 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1,804억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 관련주의 하락세가 눈에 띄었고, 반면 펩트론과 파마리서치는 강세를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정부 셧다운 관련 뉴스에 따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과거 경험에 비춰봐도 미국의 셧다운 사태는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고용지표 발표 지연과 정부 기능 일부 마비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은 단기적으로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국면에 놓일 수 있다. 투자자들은 기업 실적과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을 동시에 주시해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