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8일 최근 급등 흐름을 이어가기보다 잠시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진 데다 미국 반도체주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새로 쓴 코스피에도 차익실현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긴장 재확대다. 양국은 그동안 종전 협상을 이어왔지만, 8일 새벽 미국이 자위 차원에서 이란군의 미사일·드론 기지 등을 타격했다고 밝히면서 충돌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이란도 미군의 공격이 있었다고 전하며 맞대응 사실을 시사했다. 이 같은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다시 물가와 금리 전망을 흔드는 경로로 금융시장에 영향을 준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기업의 비용 부담과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어 주식시장에는 대체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코스피는 전날인 7일 105.49포인트, 1.43% 오른 7,490.05에 거래를 마치며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장중 흐름은 단순한 강세장으로 보기 어려웠다. 한때 전장보다 1.27%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 전환하는 등 투자 주체 사이의 힘겨루기가 뚜렷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27만7천원까지 오르며 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고, 에스케이하이닉스도 166만5천원에 마감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증시 활황의 수혜주로 꼽히던 증권주는 최근 급등에 따른 부담이 반영되며 4%대 하락했다. 같은 지수 안에서도 기대가 몰린 종목과 차익실현이 나온 종목이 뚜렷하게 갈린 셈이다.
수급 흐름도 변동성이 커졌음을 보여준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5조9천913억원, 1조954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은 7조1천69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 2월 27일 기록한 종전 최대치 7조530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불과 6일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수로 이른바 ‘7천피’ 돌파를 이끌었던 것과는 정반대 장면이다. 외국인 자금은 국내 증시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인 만큼, 하루 만에 이렇게 매매 방향이 바뀐 점은 고점 부담과 대외 변수에 대한 경계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간밤 뉴욕증시도 이런 긴장감을 반영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63%,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0.38%, 나스닥종합지수는 0.13% 각각 내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장중 최고치를 찍었다가 밀려났고, 특히 반도체주는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약세가 두드러졌다. 에이엠디는 3.10%, 인텔은 3.00%, 마이크론은 2.97% 내렸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72% 하락했다. 엘에스증권 김윤정 연구원은 이란발 유가 상승 우려로 소재·에너지·산업재 약세가 나타났고, 오픈에이아이 관련 자금조달 이슈도 반도체주 투자심리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국내 증시도 단기적으로는 대외 불확실성과 고점 부담을 함께 소화하는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동 상황이 빠르게 진정되거나 외국인 수급이 다시 돌아선다면, 숨 고르기 이후 상승 흐름이 재개될 여지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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