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현금배당 규모는 국내 증시 호조와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지만,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순이익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전체 배당성향은 오히려 낮아졌다.
4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2025사업연도 기준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797곳 가운데 569곳, 전체의 71.4%가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이들 기업의 중간배당과 결산배당을 합한 현금배당 총액은 52조8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5.9% 증가했다. 이는 2016년 21조8천억원과 비교하면 약 2.4배에 이르는 규모다. 상장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흐름이 전반적으로 강해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배당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연말 결산 뒤 한 번에 배당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중간배당이 늘면서 배당 시점이 연중으로 분산되는 추세다. 중간배당 실시 기업은 2023년 72개사에서 2024년 84개사, 2025년 107개사로 꾸준히 늘었다. 중간배당 금액도 같은 기간 13조7천억원, 15조5천억원, 17조7천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배당기준일을 결산기 말일 외 시점으로 바꾼 기업이 288개사로, 전체 배당 기업의 50.6%를 처음 넘어섰다. 이는 투자자가 배당 여부와 규모를 어느 정도 확인한 뒤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업종별로 보면 회사 1곳당 평균 현금배당액은 전기·전자 업종이 3천65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통신업 3천81억원, 금융업 2천133억원이 뒤를 이었다. 다만 배당성향은 다른 그림을 보였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가운데 얼마를 배당으로 지급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음식료·담배 업종이 119.6%로 가장 높았고 종이·목재 100.7%, 비금속 92.8%, 금속 90.1% 순이었다. 반면 전기·가스는 14.4%, 전기·전자는 18.0%로 낮았다. 배당 총액이 크더라도 이익 규모가 더 크면 배당성향은 낮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전체 배당성향은 31.1%로 전년 34.7%보다 3.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두 회사를 제외하면 배당성향은 42.3%로 전년 38.1%보다 4.3%포인트 상승한다. 겉으로는 배당성향이 낮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급증이 평균값을 끌어내린 측면이 강한 셈이다. 또 기업가치제고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2024년 100개사에서 2025년 329개사로 늘었고, 이들의 평균 현금배당은 1천474억원으로 미공시 기업보다 8.3배 높았다. 고배당기업 공시 회사도 280개사로 전체 배당기업의 49.2%를 차지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상장사들이 단순히 배당 규모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배당 시기와 기준일을 손질해 주주친화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앞으로도 반도체처럼 특정 업종의 실적 변동 폭이 크면 전체 배당성향 수치는 실제 체감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투자자들은 총배당 규모와 함께 업종별 수익 구조, 개별 기업의 배당 정책 변화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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