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미국발 관세 우려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4일 국내 금융시장은 환율 급등, 주가 하락, 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5시 6분께 장중 1,540.3원까지 올라섰다. 환율이 장중 1,54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 3월 10일 이후 약 17년 만이다. 주간 거래는 13.6원 오른 1,529.7원에 마쳤고, 이후 야간 거래에서 상승폭이 더 커졌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로 중동 정세가 다시 흔들린 데다 미국의 추가 관세 발표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줄이고 달러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9천880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지난 5월 7일 이후 19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하루 순매도 규모로는 지난 2월 27일 7조812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면 그 대금을 달러로 바꿔 나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국제 유가가 사흘째 올라 배럴당 90달러대 후반을 기록하고, 달러인덱스도 99대 중반까지 오른 점 역시 이런 불안 심리를 키웠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162.08포인트, 1.84% 내린 8,639.41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달 28일 이후 4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그동안 지수를 끌어올리던 대형 반도체주도 힘을 쓰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2.5% 내려 35만원대로 밀렸고, 에스케이하이닉스도 2.63% 하락해 22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다만 개인이 5조125억원, 기관이 1조8천124억원을 순매수하면서 낙폭을 일부 떠받쳤다. 코스닥지수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들에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2.31% 올라 6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채권시장도 안전자산 선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8.5베이시스포인트(1베이시스포인트는 0.01%포인트) 오른 연 3.858%에 마감했다. 이는 2023년 11월 14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시장 불안이 커지면 채권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내려가지만, 이날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과 대외 불확실성이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위험 회피 분위기가 반영돼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1개 가격은 0.31% 내린 9천473만6천원에 거래됐다.
결국 이날 시장의 핵심은 대외 변수 충격이 국내 자산 전반으로 빠르게 번졌다는 점이다. 중동 정세가 추가로 악화하거나 미국의 통상 압박이 더 강해지면 외국인 자금 이탈과 원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지정학적 긴장이 진정되고 달러 강세가 완화되면 최근의 급격한 변동성도 다소 잦아들 수 있다. 당분간 국내 금융시장은 해외 뉴스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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