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와 코스닥이 5일 장 초반 큰 폭으로 밀리며 동반 급락했다. 미국 반도체주 약세가 직접적인 충격을 준 데다, 외국인 매도세가 길게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9시 22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540.96포인트(6.26%) 내린 8,098.45를 기록했다. 지수는 8,323.20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더 키웠고, 장중에는 8,100선도 내줬다. 개장 직후에는 급격한 하락에 따라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 이른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닥지수도 같은 시각 40.31포인트(3.84%) 떨어진 1,009.42를 나타냈다. 전날 정부의 코스닥 부양책 기대를 반영해 반등했던 흐름이 하루 만에 다시 꺾인 것이다.
이번 급락의 출발점은 간밤 미국 증시였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과 인공지능 반도체 매출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12% 넘게 급락했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AMD도 함께 내렸다. 엔비디아는 올랐지만, 업종 전반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6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한국 증시는 반도체 비중이 큰 시장이어서 이런 해외 기술주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시가총액 상위의 대표 반도체주가 흔들리면 지수 전체가 더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하락 압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8천85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20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이는 2020년 3월 5일부터 4월 16일까지 30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6년여 만의 최장 기록이자, 역대 9번째로 긴 연속 순매도다. 전날 외국인 순매도액이 6조9천88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 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단기 차익 실현이 아니라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개인은 7천420억원, 기관은 731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원/달러 환율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1,529.0원에 거래를 시작했고, 야간 거래에서는 한때 1,540원을 넘기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해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를 키웠다.
종목별로는 반도체와 기술주 약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5.83% 하락하며 33만원대로 밀렸고, SK하이닉스는 7.70% 내린 210만원대로 내려섰다. SK스퀘어, 삼성전기, 네이버, 현대차, 두산 등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방한을 앞두고 협력 기대감이 있었던 종목들마저 힘을 쓰지 못한 것이다. 반면 HD현대중공업, KB금융,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승세를 나타냈고, 업종별로도 헬스케어와 음식료담배처럼 경기 방어 성격이 있거나 실적 안정성이 부각되는 분야는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였다. 코스닥에서도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알테오젠,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성엔지니어링 등이 내렸지만 HPSP, 클래시스, 엘앤씨바이오 등 일부 종목은 오르며 차별화가 나타났다.
시장은 당분간 미국 반도체 업황 기대의 변화, 원화 약세, 외국인 수급을 핵심 변수로 주시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장중 낙폭이 일부 되돌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지만, 반도체 중심 상승 흐름이 약해진 상황에서는 업종별 순환매가 더 뚜렷해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대형 기술주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국내 증시 전체 변동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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