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대규모 매도, 원화 환율 급등에 한국 금융시장 '출렁'

| 토큰포스트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국내 주식 매도가 20거래일째 이어지면서 5일 국내 금융시장은 환율 급등과 주가 급락, 금리 상승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이날 오전 11시 2분 현재 원화의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 종가보다 18.5원 오른 1,548.2원을 기록했다. 장 초반에는 1,529.0원으로 시작해 소폭 내리는 듯했지만, 곧 상승세로 돌아서 오전 10시 27분께 1,549.1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 장중 최고치 1,561.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날 야간 거래에서 이미 1,540.3원까지 오르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40원대를 찍은 데 이어, 주간 거래에서도 고환율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질 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식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같은 시각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3.89% 내린 8,303.38을 나타냈다. 지수는 전장보다 3.66% 하락한 8,323.20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빠르게 키워 오전 10시 18분께 6.96% 떨어진 8,038.10까지 밀리며 8,000선까지 위협했다. 이 과정에서 개장 직후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 이른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는 프로그램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때 시장 충격을 잠시 완화하기 위한 장치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3% 넘게 내려 33만원대로 밀렸고, 에스케이하이닉스는 6.44%, 에스케이스퀘어는 5.51%, 엘지에너지솔루션은 1.42% 하락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 기대감이 있었던 엘지전자도 8.69% 내렸고, 현대차 역시 3.86% 하락했다.

시장을 흔든 중심에는 외국인 매도세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오전에만 2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20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역대 9번째로 긴 기록이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순매도한 국내 주식 규모는 117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면 그 자금을 달러로 바꿔 나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고, 동시에 주식시장에서는 대형주 중심으로 매도 압력이 커지는 구조다. 특히 한국 증시는 반도체와 수출주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해외 투자심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대외 여건도 불안 심리를 키웠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는 각각 1.73%, 0.41% 올랐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09% 하락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기술주 투자 열기에 제동이 걸린 영향이 컸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확실성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휴전 이행에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가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배럴당 9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물가와 금리 부담이 함께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날 2.2베이시스포인트 오른 연 3.882%를 기록해 연 3.9%에 근접했다. 전날에도 8.5베이시스포인트 급등한 바 있다. 비트코인 역시 업비트에서 0.86% 내린 9천468만1천원에 거래되며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심리가 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시장은 당분간 외국인 수급과 미국 기술주 흐름, 중동 정세, 환율 움직임을 중심으로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원화 약세와 외국인 매도세가 동시에 이어지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고, 반대로 대외 불안 요인이 진정되면 낙폭을 일부 되돌릴 여지도 있다. 결국 지금 금융시장은 한국 내부 변수보다 글로벌 자금 흐름과 위험회피 심리에 더 크게 좌우되는 국면으로 볼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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