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8일 미국 증시 급락과 중동 긴장 고조, 원/달러 환율 급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5일 코스피가 478.82포인트(5.54%) 떨어진 8,160.59에 마감해 역대 세 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한 데 이어, 대외 불안 요인이 이어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쉽게 가라앉기 어려운 분위기다.
국내 증시를 짓누르는 가장 큰 배경은 외국인 자금 이탈과 환율 부담이다. 외국인은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5천38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20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같은 날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539.1원으로 9.4원 뛰었고, 서울 외환시장 야간 거래에서는 6일 오전 2시 1,559.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달러당 1,56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환율이 이렇게 오르면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 자산의 환차손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한국 주식을 더 보수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미국발 악재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주 말 뉴욕 증시는 5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나오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동반 하락했다.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보다 17만2천명 늘어 시장 예상치인 8만명을 크게 웃돌았다. 그 결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35%,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2.65%, 나스닥 종합지수는 4.18% 내렸다. 특히 엔비디아(-6.20%), 마이크론테크놀로지(-13.25%) 등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크게 밀리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0.26% 급락했다. 미국 국채 10년물과 30년물 금리도 각각 4.5%, 5.0%를 넘어섰는데, 이는 성장주 가치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까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무력 충돌이 이어졌고,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에는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과 이란의 이스라엘 북부 탄도미사일 발사가 연이어 전해졌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은 지난 4월 8일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발효 후 처음이다. 이런 충돌은 국제유가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해 주식시장에는 대체로 악재로 작용한다.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도 14.11% 급락해 불안 심리를 반영했다.
다만 장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이기보다는 종목별로 온도 차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방한해 국내 주요 기업과 잇따라 접촉하면서 인공지능 반도체와 로봇, 엣지 컴퓨팅 관련 협력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 가져온 새로운 사업으로 차세대 인공지능 가속기 베라 루빈, 베라 중앙처리장치, 인공지능 노트북 라인업 RTX 스파크,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인공지능용 엣지 슈퍼컴퓨터 젯슨 토르를 언급했다. 8일에도 SK 본사 방문, 삼성전자 경영진과의 만남 등이 예정된 만큼 관련 발언이나 협력 신호에 따라 일부 반도체·인공지능 관련 종목은 개별 재료에 반응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수 전체는 대외 변수에 흔들리되, 개별 종목은 기술 협력과 성장 기대에 따라 차별화되는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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