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내 증시는 중동 긴장 완화 기대와 미국 반도체주 강세를 발판으로 반등 흐름을 이어가며, 코스피가 8,000선 회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의 시선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완화에 먼저 쏠려 있다. 간밤 뉴욕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습 계획을 취소하고 종전 협상이 최종 조율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히면서 상승폭을 키웠다. 전쟁 확산 우려는 국제유가 급등과 위험자산 회피를 부르기 쉽지만, 반대로 충돌이 봉합될 가능성이 커지면 투자심리가 빠르게 되살아나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도 시장은 물가 부담보다 전쟁 리스크 완화 가능성을 더 크게 반영하는 모습이었다.
미국 증시에서는 반도체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현지시간 11일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86%,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는 1.75%, 나스닥 종합지수는 2.54% 올랐다. 인텔 9.27%, 마이크론 11.66%, 샌디스크 14.50% 등 주요 기술주가 크게 뛰었고, 엔비디아도 2.22% 상승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91% 급등해 1년 만의 최대 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월 대비 6.5% 올라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투자자들은 당장 인플레이션 부담보다 위험 완화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내 시장도 이미 높은 변동성 속에서 회복력을 드러낸 바 있다. 11일 코스피는 33.13포인트(0.43%) 오른 7,763.95로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전장 대비 2.86% 내린 7,509.62로 출발해 한때 7,394.46까지 밀렸지만, 이후 낙폭을 만회하고 장중 7,800선도 찍었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개인이 2조803억원을 순매수하며 하락을 받아냈고, 외국인은 1조4,796억원을 순매도해 24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기관도 7,56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대형주 가운데서는 SK하이닉스가 2.59% 오른 210만1,000원으로 마감한 반면, 삼성전자는 1.16% 내린 29만9,000원으로 30만원선을 내줬다. 반도체 안에서도 종목별로 수급과 기대가 엇갈렸다는 뜻이다.
코스닥시장은 더 강한 반응을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45.30포인트(4.76%) 오른 996.93으로 거래를 마치며 1,000선 회복을 눈앞에 뒀다. 장중에는 997.11까지 올라 ‘천스닥’에 바짝 다가섰고, 매수세가 급격히 몰리면서 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 이른바 매수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이는 시장이 단기간에 과열될 정도로 매수 주문이 집중됐다는 의미다. 해외에서 형성된 기대감도 국내 개장 전부터 반영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는 11.48% 급등했고, 코스피200 야간선물도 7.58% 상승 마감했으며 장중 한때 상한가인 8.00%까지 치솟았다.
증권가는 12일 증시가 상승 출발한 뒤 업종별 순환매(오른 업종에서 다른 업종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흐름) 속에 추가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이 물가 불안에도 반도체 중심으로 버티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공습 취소 발표 이후 상승폭을 넓혔다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 체결 임박, 5월 인플레이션 불안심리 진정, 미국 반도체주 강세를 대외 호재로 꼽으며 코스피가 8,000포인트 진입을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외국인 매도세가 길게 이어지고 있고, 지정학 변수와 물가 지표가 언제든 다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려면 위험 회피 심리 완화가 실제 수급 개선으로 연결되는지가 향후 관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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