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가의 하루 변동폭을 두 배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홍콩 상장지수펀드가 홍콩 증시에서 가장 큰 ETF로 올라섰다. 인공지능 반도체 열풍에 힘입어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자, 이를 활용해 높은 수익을 노린 자금이 대거 몰린 결과다.
2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홍콩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운용자산은 22일 기준 168억달러, 우리 돈 약 25조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운용자산 162억달러, 약 24조9천억원 규모의 ‘트래커 펀드 오브 홍콩’을 넘어선 수치다. 트래커 펀드 오브 홍콩은 1999년 출시된 홍콩 최초의 ETF로, 그동안 홍콩 시장을 대표하는 패시브 펀드(특정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저비용 펀드)로 꼽혀왔다.
이 상품은 지난해 10월 출시됐으며, SK하이닉스 주가의 일일 등락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이 오를 때 수익이 커질 수 있지만,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더 크게 나는 고위험 상품이다. 올해 들어 SK하이닉스 주가가 300% 이상 뛰면서 이 ETF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약 900%에 달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ETF 애널리스트 레베카 신은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주 강세 흐름을 타고 연초 이후 20억달러, 약 3조740억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고 나머지 증가는 보유 자산의 시장 가치 상승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ETF를 운용하는 CSOP 자산운용은 중국 국영 중신증권의 홍콩 자회사다. 이 회사는 중화권 투자자들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에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레버리지 ETF를 중심으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홍콩거래소에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새로 상장했다. 이는 한국 외 지역에 상장된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일의 코스피200 ETF다. 홍콩 시장이 중국 본토와 홍콩 주식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 반도체와 대표 지수로까지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기존 대표 상품이던 트래커 펀드 오브 홍콩은 올해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 펀드가 추종하는 항셍지수는 연초 이후 7.5% 하락했다. 중국 소비 회복이 기대만큼 빠르지 않은 데다, 홍콩 증시를 이끄는 중국 대형주들이 힘을 쓰지 못한 영향이 컸다. 결국 자금은 성장 기대가 큰 인공지능 반도체 쪽으로 이동했고, 그 상징처럼 SK하이닉스 관련 ETF가 홍콩 최대 ETF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인공지능과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 선호를 더 키울 가능성이 있지만, 레버리지 상품 특성상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경우 손익 폭도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함께 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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