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코스닥 특례상장기업에 대한 관리 기준을 강화하면서, 기술력이나 성장성을 인정받아 상장한 기업들도 상장 이후 기업가치 제고 책임을 더 분명하게 지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2일 특례상장기업에 적용해온 일부 상장폐지 요건 유예 제도를 앞으로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기업에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거래소는 특례상장기업에 대해 매출액 미달이나 대규모 손실과 관련한 상장폐지 요건을 일정 기간 적용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이런 혜택을 일괄적으로 주지 않고 시장과의 소통에 나선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겠다는 뜻이다. 이는 정부의 ‘코스닥 신뢰+혁신 제고방안’ 후속 조치로, 성장 가능성을 앞세워 상장한 기업도 상장 후에는 투자자 신뢰에 걸맞은 경영 계획과 성과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제도 손질의 배경에는 특례상장기업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참여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지난달 15일 기준 코스닥 상장사의 전체 밸류업 공시는 389건이었지만, 이 가운데 특례상장기업 공시는 10건에 그쳤다. 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기업이 상장 후 5년 안에 주된 사업목적을 바꾸는 경우도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기술특례상장은 특정 기술과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상장 심사를 통과하는 제도인 만큼, 상장 뒤 핵심 사업이 바뀌면 애초 상장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기준은 시행일인 2일 이후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는 기업부터 적용된다.
혁신기업 심사체계도 넓어진다. 거래소는 기존 바이오, 인공지능, 우주, 에너지 분야에 더해 첨단로봇, K-콘텐츠, 사이버보안 분야까지 맞춤형 질적 심사기준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업종별로 사업 구조와 성장 방식이 크게 다른 만큼, 획일적 잣대보다 산업 특성을 반영한 심사체계를 쓰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코스피와 코스닥 양시장 모두에서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 기업 공표제도의 근거도 마련된다. 세부 기준은 이달 중 별도 지침으로 공개되며, 거래소는 저PBR 기업 명단을 KRX 밸류업 홈페이지에 상시 공개하고 종목명에 별도 표시를 붙일 계획이다. 다만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한 기업은 일정 기간 이런 공표와 표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 공개 압박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복수의결권주식 제도 정비도 함께 추진된다. 복수의결권주식은 창업자가 외부 투자를 받아 지분율이 낮아져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1주에 여러 개의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거래소는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법인의 보통주 상장을 허용하되, 복수의결권주식 자체는 양도 시 보통주로 전환되는 법적 성격 등을 고려해 상장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기존의 ‘최대주주’와 별도로 의결권 수 기준의 ‘최다의결권자’ 개념을 새로 도입해, 두 대상이 다를 경우 최다의결권자도 의무보유 대상 등에 포함한다.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는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이 적정한지, 의결권 남용을 막을 장치가 있는지도 함께 들여다볼 예정이다. 거래소는 이와 별도로 지난 5월 손질한 상장폐지 개혁방안 관련 규정이 1일부터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시행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문턱 완화’와 ‘상장 후 책임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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