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지난주 글로벌 반도체주 조정과 인공지능 산업 수익성 우려가 겹치면서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나타냈다.
5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3일 코스피는 전주보다 322.87포인트(3.84%) 내린 8,088.34로 한 주 거래를 마쳤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다소 완화되자 한때 코스피가 1만선에 근접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시장의 시선은 다시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주로 쏠렸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 이후에는 반도체처럼 급등했던 성장주에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전통 가치주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 조짐이 나타났고,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 투자 과열 논란이 다시 불거지며 국내 증시에 부담을 줬다.
주 초반에는 코스피가 8,100선에서 8,600선 사이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듯했지만, 2일 다시 655.32포인트(7.89%) 급락하며 7,648.09로 밀렸다. 이는 6월 19일 기록한 올해 고점 9,385.59보다 18.05% 낮은 수준이다. 하락을 키운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 대형 기술기업 메타의 클라우드 사업 검토 소식과 애플의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의 칩 구매 협상 보도였다. 시장은 이를 인공지능 설비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신호, 또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경쟁 환경이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 여파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6.27% 급락했고,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9.06%, SK하이닉스가 14.57% 떨어지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다만 3일에는 장 초반 코스피가 한때 7,378.10까지 밀리며 전고점 대비 21.4% 하락했지만,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6.38% 급반등해 다시 8,000선을 회복했다. 시장에서는 외신을 통해 알려진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의 발언 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지만, 기업 실적이나 경기 여건 같은 기초 체력, 즉 펀더멘털 자체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을 기업 가치 훼손보다는 시장 소음에 따른 밸류에이션 재조정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수급을 보면 외국인 매도가 하락장을 더욱 키웠다.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모두 19조8천374억원어치를 팔았다. 반면 개인은 11조1천217억원, 기관은 8조1천212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삼성전기 4천462억원, DB하이텍 2천860억원, LG이노텍 1천657억원, 한미반도체 1천485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 536억원 등을 순매수한 반면, SK하이닉스는 8조2천824억원, 삼성전자는 7조6천880억원, SK스퀘어는 1조9천87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대형 반도체주에 대한 외국인 매도 집중이 지수 변동성을 키운 셈이다.
이번 주 국내 증시는 7일 예정된 삼성전자 2분기 잠정실적 발표와 10일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미국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 TSMC 월별 매출 등 굵직한 일정을 소화하며 추가 반등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3일 종가 기준 89.29로, 통상적인 252거래일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하루 약 플러스마이너스 5.7%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경우 메모리 업황 강세 신호로 해석되며 매도 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상승 흐름이 이어지려면 7월 중순 예정된 TSMC와 ASML 실적, 그리고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통해 하반기 인공지능 투자 수요가 실제로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반도체 실적과 글로벌 기술주 투자심리에 따라 국내 증시의 방향이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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