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8일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 위축과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나란히 5%대 급락하는 충격을 받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409.52포인트(5.35%) 내린 7,246.7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일 0.46% 하락한 데 이어 7일 4.91%, 8일 5.35% 떨어지며 이번 주 들어 3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장 초반에는 7,452.48로 출발한 뒤 한때 7,791.66까지 오르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이후 매도세가 다시 강해지면서 장중 저점 7,186.21까지 밀렸다. 고가와 저가 차이가 605.45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하루 변동성이 매우 컸고, 코스피 시가총액도 약 5천931조원으로 줄어 종가 기준 6천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이는 지난 5월 20일 이후 7주 만이다.
시장 충격은 매매 중단 장치 발동으로도 이어졌다. 오후 1시 31분에는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이어지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 이른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2분 뒤에는 코스닥시장에서도 매도 사이드카가 이어졌다. 사이드카는 급격한 가격 변동이 나타날 때 프로그램 매매를 잠시 멈춰 과도한 쏠림을 진정시키는 장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오후 3시 30분 기준 1,498.5원을 기록해 장중 1,500원 아래로 내려왔다. 환율이 장중 1,500원을 밑돈 것은 5월 29일 이후 처음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353억원, 기관은 3천478억원을 각각 순매도했고,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 1천927억원, 기관 1천451억원 순매도가 나왔다. 반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천315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천368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5천312억원 순매수를 보였지만 기관은 5천734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외국인이 현물과 선물에서 일부 저가 매수에 나섰더라도, 국내 투자 주체의 불안 심리가 더 강하게 작용한 셈이다.
하락의 중심에는 반도체주가 있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 인텔(-9.66%), 마이크론(-4.71%), 웨스턴디지털(-7.86%)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크게 밀렸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4.65% 하락 마감했다. 이런 여파 속에 국내 대표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장중 잠시 반등했다가 결국 각각 6.25%, 5.68% 내렸다. 삼성전자는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는데도 주가가 밀렸고, 이는 실적 자체보다 향후 업황과 수급 불안에 대한 경계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수급 꼬임, 최근 급등 이후 차익 실현 압박까지 겹치면서 반도체주 전반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었다.
대외 변수도 시장을 짓눌렀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 긴장이 재차 격화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졌다. 선박 공격 소식에 이어 미국이 이란 내 80개가 넘는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히고, 이란이 바레인과 쿠웨이트의 미군 기지를 겨냥해 보복에 나섰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8월 인도분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 가격은 72.69달러로 3.19% 오르고 있었다. 유가 상승은 물가와 기업 비용 부담을 자극할 수 있어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항공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고, 코스피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코스닥도 46.23포인트(5.56%) 내린 785.00으로 마감해 장중 800선을 밑돌았고,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큰 폭으로 내렸다.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 투자심리 회복 여부와 중동 정세 안정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높은 변동성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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