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 공모는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공모 물량을 여러 배 웃도는 초과 청약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 대표주에 직접 투자할 통로가 많지 않다는 점이 수요를 키운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이 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이번 공모에는 장기 투자 성향의 대형 기관과 기술주 전문 투자자들이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6일 열린 투자설명회에는 기관투자자 약 1천 곳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공모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8일 오후 4시에 마감되며, 공모가는 뉴욕시간 기준 9일 오후 확정된다. 나스닥 거래는 10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대형 투자사들의 참여 의향도 뚜렷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파트너스, 베일리 기포드, 코튜매니지먼트 등 3곳이 이번 공모에서 최대 70억달러를 매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화이트오크 캐피털의 노리 치우 투자 담당 이사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한국 주식, 특히 메모리 반도체 종목은 여전히 희소한 투자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익숙한 엔비디아나 미국 반도체 장비주와 달리 한국 메모리 업체에 직접 접근할 기회가 제한적이어서, 상장 자체가 새로운 투자 창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흥행은 최근 글로벌 기술주가 흔들리는 시장 분위기와 맞물려 더 눈길을 끈다. 로이터통신은 중동 지역 분쟁 재개로 기술주 전반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에 대한 수요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모 여건이 마냥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거래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거센 수준의 글로벌 반도체주 변동성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7월 들어 17% 하락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서류에 제시된 ADR 환산 기준가 24만2500원과 비교해도 약 9%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말 290억달러로 거론됐던 공모 규모도 280억달러 안팎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주가 흔들림의 배경에는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에 대한 시장의 민감한 반응이 있다. 지난 1일 메타플랫폼이 남는 인공지능 연산 자원을 빌려주는 클라우드 사업에 나설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인공지능 서버에 들어가는 초고속 메모리) 수요 증가세가 예상보다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번졌다. 그 영향으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이틀 동안 10% 넘게 밀렸다. 여기에 SK하이닉스 주가를 두 배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130억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사고파는 거래를 반복하면서 주가 변동성을 더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 SK하이닉스 투자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게 확인된 만큼, 이번 상장은 단기 주가 조정과 별개로 인공지능 메모리 대표 기업에 대한 글로벌 자금의 관심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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