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6일 미국 반도체주 급락의 충격을 고스란히 반영하며 6% 넘게 밀렸고, 장중 6,700선까지 내려갔다가 개인 매수에 힘입어 6,800선에서 가까스로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63.81포인트(6.37%) 떨어진 6,820.60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4.45% 내린 6,960.50으로 출발한 뒤 한때 6,730.87까지 밀렸지만, 이후에는 6,800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전날 급등분을 사실상 모두 되돌리며 주초인 13일 종가 6,806.93 수준으로 복귀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주요 기술적 지지선으로 제시한 6,800선이 실제로 하단 방어선 구실을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은 미국 메모리 반도체주 약세였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이 8.02%, 샌디스크가 8.12% 내리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었고, 그 여파가 국내 대표 반도체주로 번졌다. 전날 큰 폭으로 반등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다시 각각 8.77%, 11.53% 급락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충격이 워낙 컸던 탓에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장 초반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장치)도 발동됐다.
수급을 보면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선 반면, 개인이 대규모 저가 매수로 맞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3조6천581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3천910억원, 2조3천666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가운데서는 금융투자가 1조5천80억원 순매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연기금은 589억원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급락 이후 가격이 낮아졌다는 판단이 개인 매수세를 자극했지만, 중기적으로는 여전히 조정 압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코스피는 100일 이동평균선인 6,917을 밑돌고 있어, 하락이 멈추더라도 50일선인 7,983과 직전 고점 9,114 부근이 다시 강한 저항선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장 불안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꼽힌다. 레버리지는 기초자산의 일일 등락률을 몇 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인데,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키울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반대로 변동성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 이런 상품의 매매 예탁금을 기존 1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높이고, 거래 단위도 1주가 아니라 20주 단위로 제한하는 대책을 내놨다. 다만 제도 시행까지 시간이 필요한 데다 실제로 시장 변동성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의 청산 충격이 주가 변동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구조적 불안도 남아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가 85억5천만달러 규모 기업공개 청약에 들어가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주도해온 메모리 시장의 과점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창신메모리가 본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면 범용 디램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장기공급계약 협상력도 약해질 수 있다고 본다. 같은 날 아시아 증시는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2.79% 급락한 반면, 대만 가권지수는 0.01% 하락에 그쳤고 TSMC는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7% 늘어난 7천65억6천만 대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1.23% 상승했다. 결국 국내 증시는 단순한 하루 충격을 넘어 반도체 업황, 중국 경쟁 심화, 레버리지 상품 규제 효과를 함께 따져봐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반도체 관련 뉴스와 실적 발표, 그리고 제도 변화의 실제 효과에 따라 높은 변동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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