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는 17일 반도체주 급락과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겹치면서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인공지능 관련 투자 열기가 이어져 온 가운데, 그만한 대규모 자본지출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커지면서 기술주 전반에 매도세가 번진 모습이다.
이날 오전 10시 8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1.09포인트, 0.04% 내린 52,531.88을 나타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46.06포인트, 0.61% 하락한 7,487.71, 나스닥 종합지수는 335.79포인트, 1.30% 밀린 25,546.16을 기록했다. 특히 시장을 끌어올리던 반도체 업종이 약세를 주도했다. 엔비디아는 장중 3% 넘게 떨어지며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한때 애플에 내주기도 했고, 오전 기준으로는 1.25% 하락한 204.82달러에 거래됐다. 웨스턴 디지털은 1.04% 내렸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22%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지점은 인공지능 수요의 지속 가능성이다. 대형 정보기술 기업들,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수천억달러를 쏟아붓고 있지만, 이런 투자가 지금의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할 만큼 충분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문샷이 이날 새 모델인 키미 K3를 내놓으며 오픈AI와 앤트로픽의 강력한 제품과 경쟁할 수 있다고 밝힌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고성능 모델을 구현할 경우 최첨단 인공지능 칩 수요가 예상보다 약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지난 1월 딥시크 등장 때 미국 기술주가 크게 흔들렸던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증시를 짓누른 또 다른 요인은 중동 불안이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은 이날 쿠웨이트 내 발전소와 해수 담수화 시설을 공격해 설비 파손과 화재를 일으켰고, 이란혁명수비대는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미군 공군기지에도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이 여파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고, 16일 해협 통과 선박은 8척으로 최근 3주 사이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는 상승했고, 이는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를 더 자극했다. 같은 시각 2026년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장보다 3.70% 오른 배럴당 81.87달러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유가 상승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에너지와 유틸리티는 강세를 보였지만, 기술과 통신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개별 종목에서도 실적과 사업 전망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넷플릭스는 2분기 주당순이익이 시장 예상에 부합했지만,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510억~514억달러로 제시해 기존 507억~517억달러보다 상단을 낮춘 점이 실망을 키우며 8.84% 급락했다. 알파벳은 구글의 제미나이 인공지능 모델 출시가 늦춰졌다는 소식에 2.02% 하락했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 초대형 로켓 발사를 중단한 뒤 3.79% 밀렸다. 유럽 증시도 대체로 약세를 보여 유로스톡스50지수는 1.10% 내렸고, 프랑스 CAC40지수와 독일 DAX지수도 각각 0.48%, 0.54% 하락했다. 반면 영국 FTSE100지수는 0.18%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기업 실적 발표가 본격화할수록 인공지능 투자 수익성, 중국발 기술 경쟁, 중동발 에너지 불안이 함께 점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기술주 변동성을 키우고, 자금이 방어주나 에너지주로 일부 이동하는 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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