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1일 하루 만에 17.91% 급등하며 6,595.45로 마감했고, 미국 반도체주 반등과 외국인 대규모 매수세가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는 역대 최대 상승폭과 상승률을 동시에 새로 썼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001.89포인트 오른 6,595.45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반도체주 급락 여파로 코스피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 동안 1,162.19포인트 밀렸는데, 이날 하루에만 그 낙폭의 86%가량을 되돌렸다. 지수는 1.15% 상승 출발한 뒤 곧바로 두 자릿수 상승률로 올라섰고, 장중 내내 상승 흐름을 유지했다. 특히 최근 3거래일 사이 급락했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반등의 중심에 섰다. SK하이닉스는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171만8천원에 마감했고, 삼성전자는 26.81% 상승한 26만2천5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코스닥지수도 74.98포인트(11.63%) 오른 719.76으로 마감해 다시 700선을 회복했다.
이번 급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 인공지능 산업과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불안이 다소 완화된 데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고, 인공지능 서비스인 365 코파일럿 이용자 증가로 인공지능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일부 해소됐다. 아마존도 클라우드 사업부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이 422억달러로 1년 전보다 37% 늘어나며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전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품귀가 내년에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업황 개선 기대가 커졌다. 이런 재료가 겹치며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 샌디스크, 에이엠디, 인텔 등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올랐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8.19% 상승했다. 최근 급락했던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역시 17.52% 오른 149달러로 반등했고, 코스피200 야간 선물도 상한가인 8.00% 상승으로 마감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7조2천19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사실상 장세를 주도했다. 기관도 1조1천783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개인은 8조2천543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급락 뒤 나타난 반등을 손실 확정이나 단기 차익 실현 기회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장 초반 지수가 급등하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오전 9시 6분께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수호가를 일시 정지해 과열을 막는 장치)가 발동되기도 했다. 다만 시장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장보다 2.12% 내린 84.35로 마감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투자 심리가 충분히 회복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금융당국의 보완 대책이 조기 시행된 첫날이기도 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개별 종목의 하루 움직임을 몇 배로 키워 추종하는 구조여서, 최근처럼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시장 출렁임을 더 키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기본예탁금은 종전 1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올라갔고, 예탁금 산정 때 주식·ETF·채권 등 대용증권은 인정되지 않게 됐다. 이런 조치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거래는 급감했다. 인버스를 포함한 16개 상품의 거래대금은 약 3조원으로, 전날 12조4천억원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대표 상품인 코덱스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거래량도 전날보다 76% 줄었다. 규제 강화가 단기적인 투기성 자금 유입을 일부 억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이 과도한 급락 뒤 나타난 되돌림 성격을 띠면서도, 반도체 업황과 대형 기술주의 실적 신뢰 회복이 동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월간 기준으로 보면 코스피 하락률은 여전히 큰 폭이어서 투자자 신뢰가 완전히 살아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4.03%, 대만 가권지수는 7.98% 오르는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지만, 국내 증시가 추가로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가려면 반도체 외 업종으로 온기가 확산되고 개인 투자심리가 회복되는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 대형 기술기업 실적, 반도체 수급 전망, 그리고 국내 시장의 수급 안정 여부에 따라 추가 반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변동성 장세가 재연될 가능성도 함께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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