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의 9월 약세 경고가 계절성 통계를 넘어 수급과 거시 일정이 겹친 단기 위험 구간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9월 18일까지 약 9조6000억 달러(약 1경2960조원) 규모의 미국 옵션 만기가 예정된 데다 물가 지표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일정도 이어진다.
시타델증권(Citadel Securities)은 8월 31일 공개한 ‘September Setup: The Asymmetry Has Changed’에서 9월 미국 주식의 “단기 비대칭성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장기 강세 전망을 접었다는 뜻은 아니며, 실적 발표 이후 추가 상승 동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방어적 대응이 유리해졌다는 진단이다.
시타델증권이 제시한 부담 요인은 실적 공백과 수급 약화다. 실적 시즌은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개인 매수세와 기업 자사주 매입은 9월 중순 이후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회사는 8월 27일 기준 러셀3000 기업의 올해 누적 자사주 매입 승인 규모가 1조1000억 달러(약 1485조원)를 넘었지만, 9월 12일 전후로 블랙아웃 기간 진입이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 블랙아웃은 기업이 실적 발표 전후 내부 정보 이용 논란을 피하기 위해 매입을 제한하는 기간을 말한다. 미국 증시에서는 기업 매입이 지수 하단을 받치는 수급 요인으로 작용해 온 만큼, 이 흐름이 약해지면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옵션시장도 핵심 변수로 꼽혔다. 시타델증권은 9월 18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옵션 명목잔액을 약 9조6000억 달러(약 1경2960조원), 9월 18일 하루 만기 물량을 6조2000억 달러(약 8370조원)로 제시했다. 같은 자료에서 1개월 25델타 하방 헤지 비용은 2024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고, VIX는 8월 28일 14.4로 마감했다.
옵션 만기는 그 자체로 방향을 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대규모 만기가 한 시점에 몰리면 딜러의 헤지 조정과 투자자의 포지션 정리가 겹치며 지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하방 헤지 비용이 낮다는 것은 보호 수단을 사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싸졌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시장이 충격 가능성을 낮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번 진단은 앞서 본지가 전한 시타델증권의 9월 단기 약세 구간 경고와 같은 흐름이다. 다만 이번 쟁점은 ‘9월은 약하다’는 통계 자체보다 실적 공백, 개인 수요 둔화, 자사주 매입 공백, 낮은 변동성 가격, 대형 옵션 만기가 한꺼번에 놓였다는 데 있다.
역사적 수치도 방어 논리를 뒷받침한다. 시타델증권은 1928년 이후 S&P 500의 9월 평균 수익률이 -1.1%였고, 중간선거 해에는 -1.5%였다고 밝혔다. 9월은 같은 기간 지수가 오른 해보다 내린 해가 더 많았던 유일한 달로 제시됐다.
계절성 통계는 과거 평균일 뿐 특정 연도의 경로를 보장하지 않는다. 표본 기간이 길어도 금리 수준, 기업 실적, 투자자 포지션, 정책 일정이 달라지면 같은 달의 시장 반응도 달라질 수 있다. 올해 9월 논쟁이 단순한 월별 통계가 아니라 현재 수급과 일정의 조합으로 옮겨간 이유다.
반론도 있다. 마켓워치는 오펜하이머 자료를 토대로 S&P 500이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9월을 시작한 점을 들어 올해는 큰 낙폭을 피할 기술적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9월 하락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커진 구간이라는 해석이다.
리아(RIA)의 랜스 로버츠(Lance Roberts)는 9월 5일 글에서 S&P 500이 7718.60으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 7796보다 약 1% 낮고, 50일선 7585와 200일선 7137 위에 있다고 정리했다. 추세가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모멘텀은 둔화됐다는 해석이다.
미국 증시의 단기 긴장은 암호화폐 시장에도 이어질 수 있다. 본지는 앞서 비트코인의 9월 흐름에서 미국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심리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주식 변동성이 커지면 레버리지 축소와 현금 선호가 함께 나타나며 BTC 등 위험자산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거시 일정은 이번 주부터 다시 전면에 선다. 미 노동부는 9월 4일 8월 비농업 고용이 16만2000명 늘고 실업률은 4.1%로 유지됐다고 발표했다. 강한 고용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판단과 맞물려 위험자산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해석됐다.
연준은 고용과 물가를 함께 보며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고용이 견조하고 물가 압력이 남아 있으면 긴축 경계가 커질 수 있고, 반대로 물가 둔화가 확인되면 시장은 정책 부담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주 물가 지표가 주식과 암호화폐를 포함한 위험자산 전반의 단기 방향을 가를 수 있는 이유다.
뉴욕증권거래소는 9월 7일 노동절로 휴장한다. 미 노동부 일정상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9월 10일,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월 11일 공개된다. 연준은 9월 15~16일 FOMC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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