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쇼크’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가 소득 하위 70% 국민 약 3580만명에게 1인당 최대 60만원을 지급하는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확정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 충격을 완화하고 경기 회복세를 지키기 위한 긴급 처방이다.
정부는 31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2026년도 추경안’을 의결했다. 이번 추경은 올해 출범한 기획예산처가 마련한 첫 추가 예산이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추경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하며, 여야는 4월 2일 시정연설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4월 10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추경의 핵심은 4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약 3580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60만원을 차등 지급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285만명)는 55만~60만원, 차상위·한부모가정(36만명)은 45만~50만원, 나머지 소득 하위 70% 계층(3256만명)은 10만~25만원을 받는다. 수도권·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 여부 등에 따라 지원 금액이 달라진다. 지급 방식은 신용·체크카드 충전 또는 지역화폐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사용처는 지역화폐 기준을 따른다.
에너지 부담 완화를 위한 예산도 대폭 반영됐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나프타(납사) 수급 위기 대응 등에 5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대중교통 환급제도인 ‘K-패스’는 6개월간 환급률을 최대 30%포인트 상향하고, 저소득층 에너지바우처는 5만원 추가 지원한다. 시설농가·어업인에 대한 유가연동 보조금도 한시적으로 지급된다.
민생 안정과 산업 대응 예산도 포함됐다. 소상공인 재도전 지원 사업(희망리턴패키지)을 증액하고,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지를 확대한다. 영화·공연·숙박·휴가 할인 등 문화·관광 분야에는 586억원을 투입한다. 재생에너지 전환 지원은 1조1000억원 규모로 확대되며, 청년 창업·일자리 지원에 1조9000억원, 공급망 안정화에 7000억원이 배정됐다. 예술인 생활안정자금도 320억원 늘어난다.
지방재정 보강을 위한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은 9조7000억원 증액된다. 추경 재원은 국채 발행 없이 반도체·증시 호조에 따른 초과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자체 재원 1조원으로 충당한다. 정부는 이 중 1조원을 국채 상환에 활용해 시장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추경으로 올해 총지출은 753조1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경상성장률 전망 상향을 반영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6%로 1.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추경에 따른 성장률 제고 효과는 0.2%포인트로 추산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중동 전쟁 장기화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며 “고유가·고물가 충격이 소상공인과 청년, 중산층까지 확산되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의 불씨를 지키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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