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마다 다른 자산 공시…금융당국, 월간 실사로 표준화 나선다

| 손정환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고객 자산 보유 현황을 공개하고 있지만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비교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공시 방식 표준화와 실사 주기 단축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거래소들은 예치금과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실사보고서,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 홈페이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문제는 공개 ‘채널·주기·정보량·검증 범위’가 업체마다 달라 동일 기준으로 검증이 어렵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업비트와 빗썸은 같은 ‘실사보고서’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내용은 크게 다르다. 업비트는 보유 수량 대사뿐 아니라 소액 이전 테스트, 전자서명 검증 등 기술적 검증 절차를 포함한다. 반면 빗썸은 원화 예치금의 초과 예금 보유 여부와 교환유보금·운영자금의 구분 관리 등 재무적 안정성 확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래소마다 다른 공시 기준…투명성 논란

이처럼 공시 기준이 통일되지 않으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소 간 건전성을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특히 국내 시장은 업비트와 빗썸이 전체 거래량의 약 96%를 차지할 정도로 집중도가 높아, 개별 거래소의 신뢰 문제는 곧 시장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 정비에 착수했다. 외부 회계법인의 실사 주기를 기존 ‘분기’에서 ‘월 단위’로 단축하고, 공시 범위도 ‘가상자산 종목별 지갑 및 장부상 보유 수량’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단순 총량 공개를 넘어 보다 세부적인 자산 구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거래소들은 실무 부담을 호소한다. 실사 과정마다 여러 부서가 장기간 투입돼야 하고, 기술 검증과 회계 검증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만큼 비용과 인력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이유다.

‘준비금 증명’ 한계도 여전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사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FTX 파산 이후 거래소들은 ‘준비금 증명(PoR)’을 도입하며 투명성 강화에 나섰지만, 온체인 지갑 공개만으로는 부채 규모나 운영 리스크, 내부통제 수준까지 완전히 입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국내 역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감독 기조가 강화되고 있지만, 공시 표준과 검증 체계가 정교해지지 않으면 실질적인 신뢰 확보는 제한적일 수 있다.

결국 이번 제도 개편은 ‘형식적 공개’에서 ‘검증 가능한 정보 공개’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공시 표준화가 정착될 경우 투자자 보호 수준은 높아질 수 있지만, 거래소의 운영 부담과 비용 증가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향후 관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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