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추진 중인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성 법안(Clarity Act)’ 논의가 핵심 쟁점이었던 스테이블코인 ‘수익(yield)’ 갈등을 넘어서며 입법 가시권에 들어섰다. 연방 차원의 규제 틀이 현실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백악관 디지털자산 자문위원회 집행이사 패트릭 위트(Patrick Witt)는 스테이블코인 수익 문제에 대한 초당적 합의가 유지되는 가운데, 디파이 불법금융 방지와 고위 공직자 암호화폐 이익 제한 등 주요 쟁점도 비공개 협상에서 상당 부분 해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상원 은행위원회의 ‘마크업(법안 심사)’ 일정이 변수다. 해당 절차를 거쳐야 본회의 표결이 가능하지만, 은행권 로비 반발로 올해 1월 일정이 무산된 뒤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 정치권에서는 2026년 5월까지 진전을 보지 못하면 11월 중간선거 이후로 입법이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클래리티법의 핵심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적용되는 ‘연방 최소 기준(규제 바닥)’을 처음으로 도입하는 데 있다. 지금까지는 주(州)별 송금업 라이선스에 의존해 왔지만, 통일된 준비금·자본·투명성 기준이 없다는 점이 기관 투자 유입을 막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법안에 따르면 발행사는 고유동성 자산 기반 ‘1:1 준비금’을 유지해야 하며, 연방 수준의 건전성 규제와 자금세탁방지(AML)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디파이 영역에도 별도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디파이 프로토콜을 단순 중개자로 볼지, 규제 책임 주체로 볼지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유통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남은 핵심 쟁점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권한이다. 주 규제를 받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해 연준이 ‘거부권’을 가지는지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이 권한이 유지될 경우, 특정 발행사가 연방 결제 시스템 접근 권한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클의 유에스디코인(USDC) 같은 발행사는 연준 인프라 접근이 허용될 경우 결제 리스크를 크게 낮추고 기관 시장 진입이 한층 수월해진다.
은행권 내부의 시각도 엇갈린다. 미국은행협회는 스테이블코인의 예치금 유출 위험이 과소평가됐다고 반발했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 CEO 브라이언 모이니한(Brian Moynihan)은 이자형 수익이 허용될 경우 ‘수조 달러’ 규모의 예금 이동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절충안으로, 현재 논의 중인 법안은 잔고 기반 이자 대신 ‘활동·거래 기반 보상’만 허용하고 위반 시 하루 최대 50만 달러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 역시 해당 법안을 단순 규제 정비가 아닌 ‘시장 인프라 구축’으로 보고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빌 해거티,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 등은 4월 말 마크업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일정 지연 시 입법은 2027년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번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통과될 경우, 결제·디파이·기관자금 흐름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명확한 규제 기반이 마련될 경우, 스테이블코인은 단순 거래 수단을 넘어 ‘디지털 달러 인프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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