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1년 넘게 지연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6·3 지방선거 이후 국회 논의가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발행 주체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여전히 결론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발의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여러 차례 논의가 미뤄진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가상자산 산업 전반의 규율 체계를 담은 핵심 법안이다. 업권 정의부터 투자자 보호, 감독 체계, 그리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제까지 포함된 만큼 시장의 관심이 집중돼 왔다. 그러나 2025년 상반기에도 안건에서 제외되며 논의는 하반기 이후로 다시 미뤄졌다.
가장 큰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일각에서는 금융 안정성과 지급결제 시스템 보호를 이유로 은행 중심 구조를 선호한다. 은행이 지분 ‘50%+1주’ 이상을 보유한 컨소시엄 등 사실상 은행 주도의 발행 체계를 유력한 방안으로 보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일부와 업계에서는 은행 중심 구조가 혁신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반발한다. 핀테크 기업과 가상자산 사업자 등 비은행권을 배제할 경우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논리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발행 주체를 단순히 은행과 비은행으로 나누기보다 ‘요건 중심’ 규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준비자산 보관 방식, 상환 의무,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등 핵심 조건을 충족하는지를 기준으로 인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완벽한 합의를 기다리기보다 연내 최소한의 제도 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연에 따른 시장 기회 상실을 경고해 왔다. 글로벌 시장이 이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국내 논의 지체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입법 공백이 이어지는 사이 시장에서는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거래소 간 결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증권사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거래소 지분 투자, 합작 플랫폼 설립, 커스터디 및 브로커리지 사업 진출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규제 확정 이전에 시장 구조가 먼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논의가 발행 주체와 감독 권한 등 ‘형식 논쟁’에 치우친 반면, 실제 활용 모델과 금융 인프라 연계 전략 논의는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국회 논의 재개에 맞춰 관계기관 협의를 마무리하고 입법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유럽(EU)의 미카(MiCA) 규제, 일본·싱가포르의 제도화 등 글로벌 기준이 이미 자리 잡은 만큼 더 이상 지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결국 디지털자산기본법의 향방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에 대한 정치적 합의 여부에 달려 있다. 지방선거 이후 국회가 논의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이 ‘스테이블코인 골든타임’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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