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암호화폐 규제 ‘MiCA’ 전환 유예기간이 7월 1일 종료되면서, 시장 참여 기업 대다수가 법적 자격을 상실하는 ‘대규모 규제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유럽증권시장청(ESMA)에 따르면 기존 유럽경제지역(EEA)에서 국가별 가상자산사업자(VASP) 등록을 보유했던 1,200개 이상의 기업 중 약 210개만이 MiCA 기준의 ‘CASP(암호자산 서비스 제공자)’ 라이선스로 전환에 성공했다. 전환율은 약 17%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 83%는 기한을 놓쳤거나 심사 진행 중이지만 법적 영업 권한이 없는 상태, 혹은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ESMA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7월 1일 이후 ‘중간 상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MiCA 인가를 받았거나, 아니면 EU 법을 위반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심사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EU 고객 대상 서비스 지속은 허용되지 않는다.
MiCA(Markets in Crypto-Assets)는 거래소, 커스터디, 브로커, 자산운용, 대출 서비스 등 암호화폐 전반을 아우르는 EU 단일 라이선스 체계다. 기존에는 국가별 규제를 따랐지만, 이제 하나의 인가로 EU 27개국 전역에서 서비스가 가능한 ‘패스포팅’ 구조로 통합된다.
해당 규제는 2024년 12월 신청 시작 이후 18개월의 전환 유예기간(그랜드파더링)을 부여했고, 그 기한이 2026년 7월 1일 종료된다. 규정상 연장이나 예외는 없다.
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에서 CASP 인가를 획득한 기업은 EU 전역 확장이 가능하지만, 인가를 받지 못한 기업은 즉시 서비스 중단이 요구된다.
MiCA는 지배구조, 자산보관, 이해상충 방지, 건전성 규제, 투자자 보호, 공시 의무, 시장 남용 방지, 민원 처리 등 전방위적 규제를 포함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2024년 6월부터 적용된 별도 규제가 이미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준비금 요건과 상환 규정이 강화되면서, 테더(USDT)의 EU 내 유통 압박 역시 이 연장선에서 발생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마감일’보다 ‘17%’라는 전환율 자체다. 1,200개가 넘던 등록 사업자 중 약 210개만이 MiCA 인증을 완료하며, 유럽 암호화폐 시장은 급격한 구조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일부 데이터에 따르면 실제 거래 승인된 거래소는 14곳, 전체 인가 기업은 20개국 기준 183개 수준에 불과해 시장 집중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인가 기업은 규제 대응 경험이 풍부한 일부 국가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룩셈부르크, 프랑스, 아일랜드 등은 초기부터 암호화폐 규제 체계를 구축해 인가 처리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국가로 꼽힌다.
문제는 중소형 거래소와 비EU 기반 글로벌 플랫폼이다. MiCA는 기업 본사가 아닌 ‘고객 위치’를 기준으로 규제 범위를 적용하기 때문에, EU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경우 동일하게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법률, 컴플라이언스, 자본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하는 CASP 인가 절차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요구되며, 다수 중소 업체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MiCA 시행은 단순한 규제 도입을 넘어, 유럽 암호화폐 산업의 ‘진입장벽’을 급격히 높이며 시장을 소수 인가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EU 시장은 규제 준수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구조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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