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게임업계와 노동단체가 ‘예측 시장’을 통한 스포츠 베팅을 사실상 불법 도박으로 규정하며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디지털 자산 법안인 ‘Clarity Act’에 해당 내용을 명문화하라는 압박이다.
6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 제출된 공동 서한에서 미국게임협회(AGA), 인디언게임협회(IGA), 노동조합 유나이트히어(UNITE HERE) 등 50여 개 단체는 예측 시장 플랫폼이 ‘스포츠 및 카지노형 계약’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명시적 금지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요구는 폴리마켓, 칼시(Kalshi) 등 CFTC 감독 하에 성장한 실물자금 기반 예측 시장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 18개월 동안 예측 시장이 ‘주 정부 승인, 입법 절차, 소비자 보호 장치 없이’ 미국 역사상 가장 빠른 도박 확장을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핵심 쟁점은 규제 권한이다. 연합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애초에 스포츠 베팅을 감독할 구조도, 권한도 없다고 지적했다. 서한은 “스포츠 베팅은 CFTC 관할 밖이며 예측 시장 플랫폼을 통해 제공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CFTC는 원래 원자재·파생상품 시장 감독을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미성년자 접근 차단, 도박 중독 관리, 경기 공정성 확보 같은 영역에서는 규제 경험이 없다. 업계는 이 공백이 ‘규제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고 본다.
AGA의 빌 밀러 회장은 예측 시장이 주·부족 단위의 기존 게임 규제 체계를 ‘침범하고 약화시키고 있다’고 밝혔으며, 유나이트히어의 그웬 밀스 위원장은 이를 노동 문제로까지 확장했다. 그는 “불법 스포츠 베팅이 부족 주권과 주 법을 위반하며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IGA 역시 Clarity Act가 명확한 예외 조항 없이 통과될 경우, CFTC 등록 플랫폼을 통해 전국 단위 스포츠 베팅을 ‘우회적으로 합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AGA는 2025년 이후 각 주가 약 10억 달러(약 1조 5163억 원)의 세수를 잃었다고 주장했지만, 예측 시장 운영사들은 해당 수치를 부인하고 있다.
콜로라도주의 존 히켄루퍼 상원의원은 “CFTC는 스포츠 베팅 규제 경험이 전혀 없고, 내부자 거래나 시장 조작 대응에서도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쟁은 현재 상원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 법안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화 법안(Clarity Act)’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해당 법안은 5월 18일 상원 은행위원회를 15대 9로 통과했지만, 본회의 통과까지는 여전히 여러 장애물이 남아 있다.
법안 내부 윤리 규정 논쟁, 상충되는 위원회 초안 통합 문제, 그리고 60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클로처’ 규정이 대표적이다. 특히 초당적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 구조에서 현재 표 계산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7월 4일 휴회까지 남은 일정은 단 9일. 상원은 ‘스포츠 베팅 금지 조항’을 Clarity Act에 직접 포함할지, 아니면 별도 법안으로 분리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미 2026년 3월, 애덤 시프와 존 커티스 상원의원은 ‘예측 시장 도박 금지 법안(S.4160)’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스포츠 경기나 카지노 게임과 연계된 계약을 CFTC 등록 플랫폼에서 제공하지 못하도록 명확히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로비의 직접적 계기는 2026년 6월 초 CFTC의 규칙 개정이다. 해당 규정은 일부 스포츠 이벤트 계약을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
다만 부상 여부, 심판 판정, 고등학교 경기, 순수 운 기반 게임 등은 금지했지만, ‘실력 요소가 개입된 계약’은 여전히 허용 여지를 남겼다. 이 때문에 업계는 사실상 스포츠 베팅의 확장 통로가 열렸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이번 충돌은 ‘예측 시장’이 데이터 기반 금융상품인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도박인지에 대한 정의 싸움이다. Clarity Act의 최종 문구에 따라 미국 디지털 자산 시장뿐 아니라 스포츠 베팅 산업 구조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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