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주초부터 연쇄 악재와 논란에 휩싸였다. MEV 봇 해킹부터 스테이블코인 규제 완화, 예측시장 조작 의혹까지 겹치며 투자 심리에 복합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번 흐름은 단순한 사건 나열을 넘어 ‘규제 변화’와 ‘시장 성숙’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장 큰 파장은 이더리움(ETH) 기반 MEV 봇 ‘재러드 프롬 서브웨이(Jared from Subway)’ 사건이다. 이 봇은 수년간 ‘샌드위치 공격’으로 거래자 사이에 끼어들어 수익을 추출하며 악명을 쌓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뒤집혔다. 공격자는 스마트컨트랙트를 해킹하지 않고, 가짜 토큰과 유동성 풀을 이용해 봇의 자동화 로직을 속였다. 수익 기회로 착각하게 만든 뒤 승인 권한을 빼내는 방식이다.
그 결과 WETH, USDC, USDT 등 약 1500만달러(약 230억 원) 규모 자산이 유출됐다. 전형적인 ‘역(逆) MEV’ 허니팟 공격이다.
이후 봇 운영자는 온체인 메시지를 통해 48시간 내 2150 ETH 반환 시 ‘50% 화이트햇 보상’을 제안했다. 동시에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다만 샌드위치 공격 자체가 ‘공개된 멤풀 데이터’를 활용하는 회색지대에 있다는 점에서 법적 판단은 복잡하다. 반면 이번 공격은 ‘기만적 계약 구조’가 활용됐다는 점에서 사기 성격이 더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날 영국 중앙은행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초안을 발표하며 기존 입장을 수정했다.
핵심은 ‘규제 완화’다. 기존에 논의되던 개인 2만파운드, 기업 1000만파운드 보유 한도는 전면 폐지됐다. 당국이 이전 규제가 과도했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새 기준에 따르면 발행사는 준비금의 최소 30%를 중앙은행 예치금으로 보유해야 하며, 나머지는 영국 내 고품질 자산으로 구성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당 최대 발행 한도는 400억파운드로 설정됐다.
현재 영국 성인의 약 8%인 450만 명 이상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인지도는 91%에 달한다. 규제 명확성이 확보될 경우 실제 채택률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2027년 규제 기반 스테이블코인 상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측시장 폴리마켓(Polymarket)은 신뢰성 논란에 휩싸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크리에이터 홍보 영상 1105개를 분석한 결과, ‘실제 수익 사례’로 소개된 영상 상당수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폴리마켓과 유사한 더미 사이트를 사용해 약 190만달러 규모의 가짜 베팅을 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취재가 시작된 이후 뒤늦게 광고 표기를 추가하기도 했다.
폴리마켓 측은 현재 해당 콘텐츠 전수 조사와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상원은 이날 ‘비트코인 및 크립토 명확성 법안(Clarity Act)’ 논의를 재개한다.
이 법안은 디지털 자산을 ‘상품’과 ‘증권’으로 구분하는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최종 조율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규제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MEV 사건, 영국의 규제 수정, 폴리마켓 논란은 모두 시장이 ‘과도기’를 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공격과 실패가 반복되는 가운데 코드 보안은 강화되고, 규제는 점차 현실화되는 흐름이다.
단기적으로는 혼란이 이어질 수 있지만, 제도와 인프라가 동시에 정비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은 점진적 성숙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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