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탁 디파이(DeFi) 규제 완화 조항을 둘러싸고 미국 의회 내 갈등이 예상 밖의 ‘도덕적 변수’로 번지고 있다. 가톨릭 지도자들이 반대에 나서면서 관련 법안 통과 가능성에도 변수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미국 ‘인신매매 근절 연합(Alliance to End Human Trafficking)’은 82명의 가톨릭 지도자가 서명한 서한을 통해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와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CLARITY 법안’의 핵심 조항인 604조에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이 조항은 비수탁형 디파이(DeFi) 개발자를 형사 책임과 자금세탁방지(AML) 의무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 5월 14일 상원 은행위원회를 15대 9로 통과했지만, 아직 상원 전체 표결을 남겨두고 있다. 현재 예측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해당 법안에 서명할 확률을 약 42%로 보고 있다.
604조는 ‘블록체인 규제 명확성 법안(BRCA)’을 법제화한 것으로, 2018년부터 여러 형태로 논의돼 왔다. 핵심은 거래를 직접 실행하거나 중단할 수 없는 개발자, 노드 운영자, 비수탁 지갑 제공자를 ‘자금 전송업자’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은행비밀법(BSA)’상 등록 및 보고 의무에서 제외된다. 디파이(DeFi) 업계와 오픈소스 개발자들에게는 사실상 생존과 직결된 조항으로, 업계는 해당 내용 없이 CLARITY 법안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법무부가 지난 1년간 프라이버시 기능을 갖춘 암호화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기소한 사례가 이어지며, BRCA는 이런 법적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한 장치로 인식돼 왔다.
가톨릭 연합 측은 암호화폐 규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서한에서는 “해당 조항이 인신매매, 조직범죄, 아동 착취, 제재 회피 등 불법 금융 활동을 책임 있게 감시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지는 명확하다. 비수탁형 디파이(DeFi) 개발자를 자금 전송업자 범주에서 제외하면 거래 모니터링과 의심 거래 보고 의무가 사라지고, 그 결과 AML 체계에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판은 처음이 아니다. 은행정책연구소(BPI)는 2026년 6월 보고서에서 이 법안을 ‘혁신 친화적’이 아니라 ‘불법 금융 친화적’이라고 평가했고, 트랜스페어런시 인터내셔널 미국 지부 역시 법 집행 기관의 추적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서한의 차별점은 ‘종교 기반 단체’라는 새로운 정치적 주체가 같은 논리를 제기했다는 점이다.
CLARITY 법안 통과의 관건은 상원 60표 확보다. 현재로선 최소 5~7명의 민주당 의원 추가 지지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들이 입장을 정당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산업계 로비는 ‘이익집단 압력’으로 방어할 수 있지만, 인간 존엄과 연대를 강조하는 종교적 메시지는 대응이 훨씬 까다롭다.
실제 서한은 “금융 시스템은 단순히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해당 조항이 도덕적으로도 문제라는 프레임을 제시했다.
이는 정치적으로 “BRCA를 지지하는 것은 인신매매 대응 수단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는 공격 논리를 가능하게 만든다. 법적 정확성과 별개로, 상원 표결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주장이다.
CLARITY 법안은 이미 다양한 이해관계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월가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수익 구조를 문제 삼고 있고, 일부 원주민 단체는 예측시장 관련 조항에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암호화폐 사업과 관련된 규제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각 반대는 서로 다른 조항을 겨냥하고 있어, 하나를 해결해도 전체 합의로 이어지기 어렵다. 특히 디파이(DeFi) 업계가 ‘레드라인’으로 보는 604조가 쟁점인 만큼, 수정이 불가피할 경우 법안 처리 일정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이번 논쟁은 단순한 암호화폐 규제를 넘어, ‘혁신’과 ‘책임’ 사이 균형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선택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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