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공화당이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 법안 표결을 강행하며 일정이 급박해졌다. 다만 필리버스터 60표 장벽을 넘을 민주당 표 확보가 관건으로 남아 결과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8월 3일(현지시간) 존 튠(John Thune)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성 법안(CLARITY Act)’을 8월 휴회 이전에 본회의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식 의사 일정에는 아직 오르지 않았고, 의사진행종결(클로처)도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분석가 테드 필로우스에 따르면 8월 6일 클로처가 제출될 경우 가장 빠른 표결은 8월 8일로, 사실상 물리적 여유가 거의 없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규제 권한의 재정립이다. 증권성 토큰과 투자계약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디지털 상품’ 현물시장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전면 관할하는 구조다. 업계가 수년간 요구해온 SEC·CFTC 이원화가 제도화되는 셈이다.
시장 규모를 보면 비트코인(BTC)은 이미 ‘상품’ 성격이 확립돼 영향이 제한적이다. 2026년 7월 기준 전체 크립토 시총 약 2조2800억달러(약 3260조원) 중 비트코인은 약 1조2900억달러로 56%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나머지 약 6800억달러 규모의 토큰은 증권·상품 분류가 모호해 거래소 등록, 시장조성, 공시 등 새로운 의무 적용의 직접 대상이 된다.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약 3050억달러) 역시 규제 영향권에 들어간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5월 해당 법안을 15대 9로 통과시켰지만, 본회의 통과에 필요한 민주당 약 7표 확보는 아직 불투명하다. 가장 큰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이자(리워드)’ 허용 여부다. 은행위원회 안은 보유 이자 지급을 금지하고, 이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사실상 예금 취급 기관으로 간주해 은행 수준 규제를 적용한다. 업계는 이는 소비자 보호보다 기존 은행을 보호하는 장치라고 반발한다. 거래 리워드나 결제·로열티 보상에 대한 예외 정의도 모호해, 법 통과 이후 SEC·CFTC·재무부의 공동 규정 마련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남는다.
정치적으로 더 민감한 쟁점은 ‘윤리 규정’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연방 공직자와 가족의 암호화폐 거래 제한을 강화하자고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 가족의 크립토 활동과도 맞물려 있다. 수정안에는 2029년까지 고위 공직자의 디지털 자산 발행·후원 제한이 포함됐지만 백악관의 명확한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협상 실무를 맡은 톰 틸리스 상원의원도 “아직 합의에 근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시장 베팅에서는 법안 통과 확률이 약 30% 수준에 머문다.
마감 시한인 8월 10일을 넘기면 즉각적 규제 공백이 생기지는 않지만, 입법 타임라인은 최소 2027년 중반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SEC와 CFTC가 법률이 아닌 가이드라인과 집행 중심으로 시장을 이끌게 되며, 행정부 교체 때마다 방향이 바뀌는 ‘가변적 규제’가 지속된다.
이미 이러한 불확실성은 미국 기반 거래소 가치와 토큰 분류 리스크 프리미엄에 반영돼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해당 프리미엄이 축소될 여지가 있고, 실패하면 장기화된다. 유럽의 미카(MiCA) 시행 사례처럼, 명문화된 시장 구조는 기관 자금의 포지셔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통과되더라도 즉시 시행되지는 않는다. 현행 초안은 제정 후 360일 유예와 추가 규정 제정 기간을 포함하고 있어, 실제 운영 변화는 2027년 말 전후가 유력하다. 결국 이번 표결의 의미는 단기 가격보다 ‘제도적 기준선’을 올해 확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향후 72시간 내 상원 일정이 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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