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어느 당이 승리하더라도 2027년 부채한도와 연방 예산을 둘러싼 의회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월 3일 투표로 의회 권력 구도가 바뀌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과 상원 필리버스터의 60표 문턱은 유지된다.
공화당은 현재 미국 하원에서 218석 대 214석, 상원에서 53석 대 47석으로 앞선다. 민주당이 양원을 되찾으려면 각각 순증 4석을 얻어야 한다. 로이터는 분석가와 정치전략가, 경제학자를 인터뷰해 이 같은 전망을 전했다. 경제학자 두 명은 시장과 투자자가 불안한 한 해를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민주당 하원 탈환 유력, 상원은 안갯속
민주당이 하원을 되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상원 판세는 예측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중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고, 여론조사도 민주당에 유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한쪽 또는 양쪽 의회를 장악해도 행정부 권한을 넘겨받지는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과 관세·이민·외교 분야의 행정 권한을 계속 행사할 수 있다.
선거 관리 당국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거 결과와 별개로 행정부와 의회의 권한이 나뉘는 만큼, 의회 다수당의 변화만으로 정책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수 있다.
◇ 시나리오 1: 민주당이 하원만 장악
민주당이 하원만 차지하면 공화당은 상원에서 민주당의 정책 의제 대부분을 막을 수 있다. 하원에서 민주당이 확보하는 의석수에 따라 정부 조사와 입법 추진, 예산 협상에서의 영향력이 달라진다.
하원 우위가 5~20석이면 민주당은 상임위원회를 장악하고 증인 소환권을 얻는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이 협조를 거부할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에 충성하는 법무부가 소환을 강제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청문회와 공개 질의로 행정부 감시를 강화하고 의료·낙태권·주택·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관련 법안을 내놓을 수 있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을 통과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우위가 20~40석으로 커지면 민주당 지도부의 입법·협상 운신 폭이 넓어진다. 관세와 이란 전쟁 등 논란이 이어지면 당내 탄핵 요구가 커지고 일부 공화당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둘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은 물가 통제와 대통령 전쟁권한 제한, 일부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법안을 추진할 수 있지만, 법안은 공화당 상원과 대통령 거부권을 넘어야 한다.
상원이 50 대 50으로 나뉘어도 공화당이 주도권을 유지한다. 동률 표결에서는 JD 밴스 부통령이 결정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존 페터먼(John Fetterman)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과 일부 온건 공화당 의원의 표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로이터가 인터뷰한 분석가들은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하고 상원을 얻지 못하면 예산 협상이 더 격렬해지고, 2027년 여름 부채한도 분쟁이 재연돼 시장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시나리오 2: 민주당이 양원 장악
민주당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차지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강한 견제를 받는다. 상원은 사법부와 고위 내각, 대사 인준을 심사해 하원만 장악하는 경우보다 행정부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민주당의 상원 우위가 2석이면 상임위원회와 의사일정 권한을 쥐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사법부 인사 상당수의 인준을 막을 수 있다. 2028년 대선 뒤까지 연방대법원 공석 충원을 미루려는 시도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맞서 공화당은 새 의회가 2027년 1월 출범하기 전에 지명자 인준을 서두를 수 있다.
대부분의 법안은 상원 필리버스터를 끝내려면 60표가 필요해 민주당이 단순 과반을 얻어도 단독으로 문턱을 넘기 어렵다. 대통령 거부권도 남아 있어 큰 정책 변화는 제한될 수 있다. 반면 부채한도와 연방 예산 협상에서는 민주당의 협상력이 커지지만, 예산 교착과 셧다운 위험은 계속된다.
민주당의 상원 우위가 4~6석이면 지도부는 개별 의원의 이탈에 덜 흔들릴 수 있다. 관세와 데이터센터, 의료, 생활비, 대통령 전쟁권한 제한 관련 법안을 추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여부를 압박할 수 있다. 관련 입법과 거부권 공방은 2028년 대선 쟁점을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위가 8석 이상이면 민주당은 유권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전반부를 심판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다만 더 큰 단순 과반만으로 필리버스터를 끝내거나 대통령 거부권을 뒤집을 수는 없다. 하원이 탄핵을 추진하더라도 상원에서 유죄를 결정하려면 단독 과반을 넘어서는 표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높은 물가와 의료비 부담에 대한 해법을 요구받을 수 있다.
◇ 시나리오 3: 공화당이 양원 수성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을 지키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부 지명과 인사에서 정당 간 저항을 덜 받는다. 연방 예산과 부채한도 협상에서도 공화당이 조율 능력을 유지하기 쉽다. 다만 부채한도 인상과 연방 예산 처리는 여전히 필요하며, 당내 이견이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공화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대형 예산 분쟁과 셧다운 위험이 낮아질 수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전망이다.
◇ 2027년 재정 협상이 핵심
어느 시나리오에서도 2027년 재정 협상은 의회 갈등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한쪽이라도 장악하면 예산 협상에서 정책 양보를 요구할 수 있고, 공화당이 양원을 지켜도 부채한도와 연방 지출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부채한도는 의회와 대통령이 이미 승인한 지출을 재무부가 차입으로 집행할 수 있는지를 제한하는 법정 상한이다.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지출 삭감과 세제 정책을 둘러싼 재정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은 앞서 제기된 바 있다.
의회 다수당이 바뀌어도 대통령 거부권과 행정명령, 상원 필리버스터 규정은 중대 정책의 시행 여부를 좌우한다. 이번 선거 투표는 11월 3일이며 새 의회는 2027년 1월 출범한다. 로이터가 인터뷰한 분석가들은 2027년 여름 부채한도 분쟁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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