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블록체인 업계가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의 가상자산 제재 대응 구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가상자산을 제재 우회 수단으로 거론하면 정상 기업도 해외 금융기관의 심사를 더 엄격하게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지 기업인들의 발언은 비트코인닷컴(Bitcoin.com)이 2일 공개한 인터뷰에 담겼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어드레서블(Addressable)과 블록체인 기업 오브스(Orbs) 관계자들은 제재 회피 구상이 해외 은행과 거래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 금융 제재 가능성에 대비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대체 수단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제재 우회보다 주요 교역 상대국과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제재를 피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반박했으며, 네타냐후 총리는 이후 중앙은행의 우려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토메르 샤로니(Tomer Sharoni) 어드레서블 최고경영자(CEO)는 “고위 당국자가 가상자산을 제재 우회 수단으로 설명하면 해외의 모든 준법감시 담당자는 이스라엘 관련 자금 흐름을 더 엄격하게 살펴야 한다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인식이 정상적인 창업자의 고객 확보와 은행 거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란 해머(Ran Hammer) 오브스 최고경영자는 “이 분야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나서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리의 발언이 가상자산 산업 전체의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샤로니와 해머는 공개 블록체인에 거래 기록이 남고, 가상자산과 법정화폐가 오가는 거래소 등에 자금세탁방지 규정이 적용되는 만큼 경제 전체를 가상자산으로 운영해 제재를 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제재 대응 수단으로 가상자산을 내세우는 방식에 회의적이라는 설명이다.
제재 대상 자금을 찾아내는 감시 체계의 빈틈을 두고는 두 사람의 평가가 달랐다. 샤로니는 거래 기록을 볼 수 있더라도 지갑 소유자를 신속하게 확인하고 기관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데 공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재 명단이 갱신된 뒤에야 지갑을 제재 대상자와 연결하는 경우가 많고, 거래소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각각 심사한다고 설명했다. 거래 내역의 가시성만으로는 자금의 실제 소유자를 빠르게 가려내기 어렵다는 취지다.
샤로니는 △실시간 크로스체인 주소 식별 △표준화된 위험 신호 공유 △트래블룰의 일관된 집행을 과제로 꼽았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이전 과정에서 송·수신인 정보를 전달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해머는 거래소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분석업체가 이미 지갑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의심 자금을 동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 간 협력은 더 필요하지만 기존 감시 체계도 상당 부분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샤로니는 규제 체계가 미비해 이스라엘 가상자산 사업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지 사업 환경을 개선하려면 규제 기준과 금융 접근성을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샤로니는 이스라엘 중앙은행과 증권당국, 자본시장 감독당국이 공동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관계 기관이 함께 사업 모델과 규제 적용을 살펴볼 수 있는 틀을 만들자는 취지다.
그는 사업자 인허가 기준을 유럽연합의 디지털자산시장법(MiCA)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트래블룰에 맞추고 기업의 은행 서비스 접근성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업계가 제시한 과제는 주소 식별과 정보 공유를 포함한 감시 체계 정비, 인허가 기준 마련, 은행 거래 여건 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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