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기술의 확산이 우리 사회의 고용 구조와 교육 선택에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청년층의 고용은 증가한 반면 중장년층의 일자리는 줄어들었으며, 대학 진학 비율 역시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기술 혁신과 노동시장·인적자본의 변화 - 로봇 도입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0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로봇 활용이 증가한 지역은 45세 미만 청년층의 고용률이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5세에서 34세 사이의 고용 증가 폭이 컸다. 반면 45세 이상, 특히 45세에서 54세 연령층은 고용률이 눈에 띄게 하락하면서, 로봇 도입에 따른 세대 간 적응력 차이가 구조적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산업별로는 로봇 도입이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에서 고용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드러냈다. 이는 흔히 생각되는 ‘기계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통념과 달리, 사람의 생산성을 높여 고용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고용의 질은 산업 간 차이를 보였다. 제조업에서는 상용직 일자리가 주로 늘어난 반면, 비제조업에서는 임시직과 일용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 중심으로 증가했다.
임금 측면에서도 양상은 달랐다. 로봇 도입이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에서 임금 상승을 동반했지만, 제조업의 임금 상승 폭이 더 컸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는 로봇 노출이 높은 지역일수록 급여 향상 효과가 뚜렷했다. 반면 비제조업에서는 서비스 수요 확대와 같은 간접 요인으로 임금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로봇 기술이 교육 선택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할 만하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로봇 도입이 확산된 시기에 대학 등록률은 평균 1.19%포인트 하락했고, 고등학생의 직접 대학 진학률도 줄어들었다. 이는 특히 저숙련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하면서, 대학 진학에 대한 유인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일정 임금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신호가 작용한 것이다. 전공 선택까지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졸업생 중 공학 계열 비중은 늘고 예체능 계열은 줄어드는 경향이 포착됐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특정 계층이나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교육과 노동시장의 연결 구조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자동화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고용 지형뿐 아니라 인력 양성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과학·기술·공학·수학 통합(STEM) 교육의 강화, 직업교육 체계의 보완은 물론 다양한 진로 선택 경로를 마련하는 등 전방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기술 발전 속도가 한층 빨라짐에 따라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고용의 양뿐 아니라 질, 그리고 인재 양성 방식까지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정부와 교육계, 산업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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