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시도그룹 권혁 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회사의 한국영업소를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대형 체납과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날 서울 서초구에 있는 시도쉬핑 한국영업소에 조사관을 보내 회계장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조사4국은 통상 정기 점검 성격의 일반 세무조사보다 혐의 확인과 강제 조사 성격이 강한 사안을 맡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세금 산정 점검을 넘어, 실제로 세금을 고의로 빼돌렸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단계로 해석된다.
특히 국세청은 권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를 포착해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직원들의 PC와 휴대전화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당국이 압수수색 영장을 동원했다는 것은 일반적인 추징 중심 조사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조세범칙조사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조세범칙조사는 조세범 처벌법 위반 여부를 따져 형사 처벌까지 연결될 수 있는 절차여서, 통상적인 세무조사보다 훨씬 강도가 높다.
권 회장은 1990년 선박관리업체 시도물산을 세운 뒤 한국과 일본, 홍콩 등에서 사업을 넓히며 한때 ‘선박왕’으로 불렸다. 하지만 2024년 말 기준으로 개인 체납액이 3천938억원, 법인 체납액이 5천203억원에 이르러 고액·상습체납자 공개 명단에 올라 있다. 특히 개인 체납액만 놓고 보면 권 회장이 1위다. 세금을 장기간 내지 않은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이번 조사는 단순한 개별 기업 점검을 넘어 고액 체납에 대한 상징적 대응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최근 국세청의 움직임은 국내 조사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 재산 추적까지 겨냥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달 5일 대표적인 선박 등록지국인 라이베리아의 국세청장과 만나 정보교환과 징수 공조를 위한 실무협정 업무협약을 맺었다. 선박업은 선박 국적 변경이나 해외법인 활용이 비교적 잦아 자산 흐름을 국경 밖으로 옮기기 쉬운 업종으로 꼽힌다. 이런 점 때문에 이번 협약 역시 권 회장 측의 해외 재산 은닉 의혹과 체납 세금 징수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책 환경도 강경 대응 쪽으로 기울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액·악성 체납을 한국 사회의 ‘7대 비정상’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며 적극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국세청은 이번 시도쉬핑 한국영업소 조사와 관련해 개별 납세자에 관한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고액 상습 체납자에 대한 조사와 국제 공조가 동시에 강화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해외 재산 추적과 형사 처벌 검토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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