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026년 8월 9일, 대형마트 무인 키오스크에서 상품권을 대량으로 사들여 범죄 자금을 세탁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 퍼지자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기존에는 피해금을 계좌이체나 현금자동입출금기 인출 방식으로 빼내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상품권을 구매한 뒤 이를 현금화하고 다시 가상자산으로 바꿔 해외로 송금하는 방식이 새 통로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번 수법은 대출이 급한 저신용자를 노린다는 점에서 피해 구조가 더 복잡하다. 사기범들은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를 사칭해 “상품권을 대신 구매해주면 대출이 실행되도록 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한 뒤 체크카드와 통장, 계좌정보를 넘겨받았다. 이렇게 확보한 계좌는 다른 대환대출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돈이 들어오는 대포통장으로 악용됐고, 이후 인출책이 대형마트 키오스크에서 상품권을 대량 매입해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소비자가 단순히 속아 넘어간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범죄 자금 이동 과정에 계좌가 이용되면서 법적 책임 문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금융감독원은 특히 계좌나 체크카드를 타인에게 넘기는 행위가 단순 실수가 아니라 중대한 위법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명의자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금융질서 문란행위자로 등록되면 신규 계좌 개설이나 대출 이용도 제한될 수 있어서다. 불법 사금융이나 보이스피싱 조직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의 절박함을 이용해 접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출을 받기 위해 통장이나 카드를 맡겨야 한다’는 요구 자체를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당국은 자금 세탁 통로를 좁히기 위한 실무 조치도 함께 내놨다. 대형마트 등 상품권 발행사와 협의해 무인 키오스크의 상품권 구매 한도를 기존 1회 500만원에서 앞으로는 1회 100만원, 1일 100만원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범죄조직이 짧은 시간 안에 고액 상품권을 반복 구매해 현금화하던 흐름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인공지능 플랫폼인 에이에스에이피(ASAP)를 활용해 관계기관과 정보 공유도 넓힐 계획이다. 이는 범죄 계좌, 인출 패턴, 의심 거래를 더 빨리 포착해 대응 속도를 높이려는 취지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금융계좌에서 상품권, 가상자산으로 이동하며 우회 경로를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범죄 수법은 계속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대응도 단순한 계좌 지급정지 수준을 넘어 유통업체와의 협업, 거래 한도 관리, 인공지능 기반 탐지 강화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출을 미끼로 통장이나 카드를 요구하는 연락은 즉시 의심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금융회사 공식 창구나 금융감독원에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피해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어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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