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테크놀로지스가 연례 행사 ‘델 테크놀로지스 월드’에서 인공지능(AI) 포트폴리오를 대폭 강화했다. 핵심은 기업들이 AI 프로젝트를 시험 단계에서 실제 대규모 운영 환경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특히 ‘에이전틱 AI’, 데이터 오케스트레이션, 랙 단위 인프라, 온프레미스 구축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발표는 델의 ‘델 AI 팩토리 위드 엔비디아’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델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현재 전 세계 5000곳이 넘는 고객사를 확보했다. 델은 기업들이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데이터 관리, 높은 전력 소모, 데이터 주권 이슈, 급증하는 클라우드 비용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장 눈에 띄는 신제품은 ‘델 데스크사이드 에이전틱 AI’다. 이 서비스는 델 워크스테이션과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스택, 델 서비스를 결합해 AI 에이전트를 클라우드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업 내부 환경에서 직접 개발·운영할 수 있게 설계됐다.
델은 많은 기업이 ‘AI 비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AI 실행’에서 막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샘 그로콧 델 제품 마케팅 수석부사장은 브리핑에서 “대부분 기업은 AI 야망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실행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에이전틱 AI의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단순 챗봇과 달리 에이전틱 AI는 다단계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며 지속적으로 추론 토큰을 소비한다. 이 때문에 사용량이 늘수록 클라우드 비용이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 존 시걸 델 클라이언트 솔루션 그룹 수석부사장은 “개발자 한 명이 24시간 만에 10억 토큰을 써 3400달러, 원화 약 507만 원의 클라우드 비용이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델은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오픈웨이트 AI 모델을 구동하면 민감한 데이터를 사내에 머물게 할 수 있고, 2년 기준 퍼블릭 클라우드 대비 최대 87%까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드웨어 구성도 폭넓다. 소형 모델용 ‘델 프로 맥스’부터 최대 1조개 매개변수 규모 모델을 지원하는 고사양 워크스테이션 타워까지 선택지를 제공한다. 여기에 엔비디아 오픈셸도 델 AI 팩토리 전반에 통합된다.
델은 이 환경이 에이전트를 로컬에서 실행하고 구축·테스트·미세조정할 수 있는 ‘보안 샌드박스’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입장에선 외부 클라우드 의존도를 줄이면서도 내부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구조다.
델은 ‘델 AI 데이터 플랫폼’ 업데이트도 함께 공개했다. 많은 기업이 AI 아이디어는 충분하지만, 데이터가 여러 저장소와 부서에 흩어져 있어 파일 관리와 거버넌스가 어렵다는 점이 실제 도입의 병목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바룬 차브라 델 인프라·통신 마케팅 수석부사장은 고객들이 AI 구상 부족이 아니라 데이터 전략 수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델은 비정형 파일 수십억 건을 색인할 수 있는 검색·오케스트레이션 기능과 벡터 인덱싱 성능 개선 기능을 추가했다. 델은 이를 통해 벡터 인덱싱 속도를 최대 12배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엔비디아, 스타버스트 데이터와 협력해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속 SQL 분석 기능도 도입했다. 델은 엔비디아 블랙웰 GPU 환경에서 쿼리 성능이 최대 6배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델은 엔비디아 옴니버스 지원도 발표했다. 옴니버스는 물리 AI, 디지털 트윈, 3D 시뮬레이션용 개발 플랫폼이다. 이번 통합으로 기업은 델의 스토리지와 시맨틱 검색 기능을 디지털 트윈 및 물리 AI 워크플로와 함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제조, 물류, 통신, 스마트 인프라처럼 현실 환경을 가상 공간에서 재현하고 AI로 최적화하려는 수요를 겨냥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인프라 부문에서는 ‘파워랙’이 새롭게 공개됐다. 파워랙은 컴퓨팅, 네트워크, 스토리지, 냉각, 관리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사전 설계된 랙 단위 시스템으로 묶은 제품이다.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구축을 보다 빠르고 단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한 ‘턴키’ 방식이 특징이다.
델은 고객들이 여러 벤더 부품을 개별 구매해 조립하는 대신, 처음부터 함께 작동하도록 설계된 통합 시스템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신형 냉각 솔루션 ‘파워쿨 CDU C7000’도 내놨다. 델은 이 제품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 NVL72’ 플랫폼을 지원할 수 있는 첫 랙마운트형 냉각 분배 장치라고 소개했다. 4U 폼팩터로 고집적 AI 인프라 수요를 겨냥했다.
생태계 확장도 병행한다. 델은 구글, 오픈AI, 팔란티어, 서비스나우, 허깅페이스와의 신규 협력을 발표했다.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은 델 인프라 기반 구글 디스트리뷰티드 클라우드에서 제공될 예정이며, 오픈AI의 코덱스 코딩 에이전트는 델 AI 데이터 플랫폼과 AI 팩토리 인프라에 통합된다. 팔란티어의 파운드리와 AI 플랫폼 역시 델 온프레미스 환경으로 들어온다.
아울러 델은 파트너 애플리케이션을 자사 인프라에서 검증하고 배포를 가속하는 ‘델 AI 에코시스템’ 프로그램도 시작한다. 기업 고객 입장에선 검증된 조합을 더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번에 공개된 신제품과 통합 서비스는 일부가 즉시 공급되며, 대다수는 2026년 중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델의 이번 발표는 AI 경쟁의 초점이 모델 성능 자체에서 실제 기업 운영에 필요한 비용 효율성과 데이터 통제, 구축 속도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에이전틱 AI 확산 국면에서 온프레미스와 통합형 인프라 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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