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AI 보키 도입으로 업무 혁신 가속화

| 토큰포스트

한국은행이 자체 생성형 인공지능 ‘보키’를 도입하면서 내부 업무 처리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직원들이 통계와 보고서를 일일이 찾아보던 일을 인공지능이 한 번에 정리해 주면서, 자료 검색부터 번역과 규정 확인까지 업무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보키는 내부 데이터 플랫폼 ‘바이더스’와 연동돼 약 1천900만개의 데이터 세트 가운데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2026년 1월 도입된 뒤에는 그동안 망 분리 환경으로 인해 따로 찾아야 했던 내부 자료와 외부 자료를 한 번에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실제 현장에서는 한미 금리차처럼 금융시장 이슈를 검토할 때 관련 국고채 금리와 시계열 자료를 즉시 추천받을 수 있어, 반나절 이상 걸리던 기초 작업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 검색·분석뿐 아니라 내부 규정 검색, 조사·연구 자료 탐색, 번역 같은 지원 기능도 함께 제공된다.

한국은행이 자체 인공지능 구축에 속도를 낸 배경에는 보안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맞물려 있다. 한국은행은 2020년 디지털혁신실을 신설한 뒤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활용을 준비해 왔는데, 챗지피티 등 민간 생성형 인공지능의 확산이 계기가 되면서 개발 속도를 한층 높였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금융시장, 내부 보고서처럼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조직이어서 외부 서비스에 문서를 그대로 입력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최고 성능 경쟁보다 내부 자료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폐쇄형 환경’ 구축이 더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개발 과정에서는 약 140만건의 내부 문서를 인공지능 학습용으로 정리했고, 개인정보 삭제와 민감 정보 분류, 중복 자료 정비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투입됐다. 개발 파트너로 네이버가 선정된 것도 국가정보원 보안 가이드라인을 충족할 수 있는 사업자가 당시 많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현재 직원 만족도가 가장 높은 기능은 번역이다. 한국은행은 경제 전망과 정책 보고서, 지표 설명 자료를 국문과 영문으로 함께 작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개 전까지 대외비인 문서가 적지 않아 외부 번역 서비스를 쓰기 쉽지 않았다. 보키를 활용하면 이틀가량 걸리던 번역 작업을 4시간 만에 끝낸 사례도 나왔다고 한다. 중앙은행 문서에 자주 쓰이는 영문 표현을 맥락에 맞게 추천하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보도자료가 실제 언론에 어떻게 비칠지를 가늠해 보는 ‘인공지능 공보관’ 기능도 활용도가 높다. 이 기능은 보도자료나 보고서를 입력하면 예상 기사 제목과 주요 쟁점, 기사 구성을 정리해 주는 방식인데, 공보 부서뿐 아니라 일반 부서에서도 대외 메시지 점검 도구로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보키가 모든 영역에서 민간 인공지능보다 앞선다는 평가는 아니다. 조사·연구 업무에서는 챗지피티, 클로드, 퍼플렉시티 같은 민간 서비스가 여전히 더 강하다는 내부 평가가 있다. 답변 출처가 부정확하거나 질문 취지와 맞지 않는 답을 내놓는 경우가 있었고, 한국은행 보고서에 자주 등장하는 복잡한 다층 표를 해석하는 능력도 아직 보완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보키를 자체 데이터와 폐쇄망을 바탕으로 구축한 세계 최초 중앙은행 ‘소버린 인공지능’으로 설명하고 있다. 소버린 인공지능은 외부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기관이 직접 데이터와 보안을 통제하는 형태의 인공지능을 뜻한다. 이 때문에 민간 유료 서비스를 쓰더라도 내부 파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해외 중앙은행들, 특히 동유럽과 아시아권 중앙은행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국은행은 전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키 2.0도 시험 운영하고 있다. 기존 1.0이 기능별로 메뉴를 옮겨 다녀야 했다면, 2.0은 하나의 화면에서 검색과 분석, 규정 조회 등을 함께 처리할 수 있도록 통합한 것이 핵심이다. 업무 외 질문에는 답변을 끊어버리던 과거와 달리, 보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도록 설계한 점도 변화다. 다만 2.0은 아직 정식 버전이 아니다. 현재 국가정보원 승인을 받은 것은 1.0뿐이며, 인터넷 검색 기능 등이 추가되는 2.0은 추가 보안 승인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6월 중 추가 테스트와 보완을 거쳐 7월께 정식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중앙은행을 포함한 공공·금융기관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도입할 때, 성능 경쟁 못지않게 보안과 내부 데이터 활용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 기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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