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없이 키운 AI 클라우드…텐서웨이브, 시리즈B 3억5000만달러 유치

| 강수빈 기자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 인프라 스타트업 텐서웨이브가 3억5000만달러, 원화 약 5318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마쳤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춘 ‘대안 AI 인프라’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AMD 칩만으로 사업을 키우는 전략이 대형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마그네타와 AMD 벤처스가 공동 주도했다. AMD 벤처스는 반도체 기업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의 기업형 벤처 투자 부문이다. 이 밖에 매버릭 실리콘, 넥서스 벤처 파트너스, 웨스턴 프런티어도 참여했다. 이번 투자로 텐서웨이브의 기업가치는 15억5000만달러, 약 2조3552억원으로 평가됐다.

텐서웨이브는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고성능 클라우드 인프라를 임대하는 회사다. 다만 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엔비디아 하드웨어를 전혀 쓰지 않고, AMD의 칩과 소프트웨어만으로 인프라를 구성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현재 AI 인프라 시장은 사실상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장악하고 있다. 엔비디아 GPU는 AI 워크로드 처리 성능에서 가장 강력한 선택지로 평가받아 왔고, 주요 기업들도 이를 확보하는 데 집중해왔다. 이런 환경에서 텐서웨이브는 ‘엔비디아 없는 AI 클라우드’라는 뚜렷한 차별점을 내세우고 있다.

다릭 호턴 텐서웨이브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엔비디아가 AI 인프라 시장에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이는 산업 생태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호턴은 ‘고객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의 경쟁을 되살리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며 ‘독점 기업으로부터 물건을 사는 것은 협상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확장 전략과 인프라 투자

라스베이거스에 본사를 둔 텐서웨이브는 AI 붐 초창기였던 2023년 설립됐다. 당시만 해도 엔비디아는 GPU 최대 공급업체라는 지위를 바탕으로 사실상 ‘기본값의 독점’에 가까운 위치에 올라 있었다. 호턴은 설립 초기부터 고객들이 다른 AI 칩 공급처를 원했고, 그 수요는 지금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최근 3년간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현재 애리조나,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에서 3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며, 각 시설에는 AMD 인스팅트 프로세서 1만개씩이 탑재돼 있다. 전력 기준으로는 각 센터가 약 14메가와트 수준의 연산 용량을 제공한다. 다만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같은 대형 AI 기업들이 쓰는 막대한 컴퓨팅 수요와 비교하면 아직은 초기 단계에 가깝다.

이 때문에 텐서웨이브는 대규모 자금이 더 필요하다. 회사는 자체 데이터센터 외에도 외부 운영사의 시설을 임차해 AMD 칩과 장비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현재 500메가와트 규모의 용량에 대한 임대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 데이터센터는 아직 가동되지 않았다.

호턴은 향후 1년 안에 전체 용량을 2기가와트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칩, 전력 공급 장비, 기타 인프라 설비 확충에 투입될 예정이다. 결국 이번 투자 유치는 단순한 운영자금 확보가 아니라, 엔비디아 대안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우기 위한 ‘설비 경쟁’의 성격이 짙다.

AMD와의 협업 및 경쟁 구도

텐서웨이브는 AMD의 핵심 파트너 역할도 맡고 있다. 특히 AMD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ROCm’ 개선 작업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ROCm이 엔비디아의 ‘CUDA’보다 사용이 어렵고 오류도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AI 칩 경쟁이 하드웨어 성능만이 아니라 개발자 친화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갈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분은 AMD 확장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호턴은 자사 협업을 통해 ROCm이 이제는 ‘사실상 플러그 앤 플레이’ 수준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AMD 역시 학습보다 추론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추론은 이미 학습된 AI 모델이 사용자 질문에 응답하는 영역으로, 서비스 상용화가 늘수록 수요가 빠르게 커질 가능성이 높다. AMD는 이 구간에서 자사 GPU가 엔비디아보다 더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엔비디아 대항마가 텐서웨이브와 AMD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경쟁사로는 대형 접시 크기의 반도체로 유명한 세레브라스 시스템즈가 있다. 이 회사 역시 추론 시장을 겨냥하고 있으며, 지난달 상장했다.

결국 텐서웨이브의 이번 투자 유치는 AI 인프라 시장이 ‘엔비디아 독주’에서 점진적으로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소프트웨어 완성도, 대규모 전력 확보, 실제 고객 전환 속도는 여전히 검증 과제로 남아 있다. 시장의 관심은 텐서웨이브가 AMD 중심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실사용 단계로 확장할 수 있을지에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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