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스마트폰 전자결제 체계가 빠르게 넓어지면서 ‘삼흥전자지갑’에 현금을 넣을 수 있는 거점이 2022년 말 약 200곳에서 2025년 초 700곳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8일(현지시간) 입수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이 전자결제를 일상 소비와 자금 관리 체계 안으로 본격적으로 끌어들이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 보면 확산의 중심은 평양이었다. 평양 내 입금 가능 장소는 2022년 말 149곳에서 2025년 초 576곳으로 증가했고, 평양 외 지역도 같은 기간 74곳에서 133곳으로 늘었다. 38노스는 평양의 경우 2022년부터 2024년 사이에 확대가 집중됐고, 지방은 2024년 들어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2025년 자료에는 평양 전역은 물론 황해북도와 량강도의 모든 군, 남포시의 모든 구역에 입금 거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함경북도처럼 도입이 상대적으로 더딘 지역도 있어, 전국 확산이 진행 중이지만 속도 차는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입금 거점의 성격도 눈에 띈다. 전체의 절반 이상은 ‘정보기술교류실’로 표기된 곳으로, 주민들이 휴대전화 관련 지원을 받거나 새 앱과 콘텐츠를 내려받는 오프라인 서비스 거점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장소로 보인다. 은행이나 우체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이는 북한의 전자결제 체계가 전통적인 금융기관 중심이라기보다 정보기술 기반 서비스망을 통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8노스는 북한에서 삼흥뿐 아니라 만물상, 흰눈, 전성, 나래, 새별, 앞날 등 최소 7개 전자결제 플랫폼이 관찰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북한 방문자 영상에는 길거리 판매대나 시장, 상점에서 큐아르코드 결제를 받는 장면도 포착되고 있어, 전자결제가 생활 소비 현장으로 스며드는 모습이 확인된다.
북한 전자결제의 또 다른 특징은 북한 원화와 외화를 함께 다룬다는 점이다. 이용자는 전자지갑에 외화도 예치할 수 있고, 이 돈은 ‘외화원’이라는 가상 단위로 전환된다. 38노스에 따르면 외화원은 미국 달러 1달러당 약 110외화원 수준의 가치를 가진다. 반면 일반 북한 원화인 내화원은 최근 몇 년 사이 환율 변동이 커져 현재 달러당 약 6만3천원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외화원과 내화원은 서로 교환되지 않고, 상품 가격도 둘 가운데 한쪽 단위로만 표시된다. 2025년 초 기준 입금 가능 장소 가운데 341곳은 내화원만, 266곳은 외화와 내화원을 모두 받았으며, 외화만 받는 곳은 102곳이었다. 이들 외화 전용 입금 장소는 모두 자동입출금기였다. 화원전자은행의 화원 자동입출금기는 2024년 말 15곳에서 최근 홍보물 기준 최소 40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전자결제 확대는 단순한 편의성 개선을 넘어 북한 당국의 경제 관리 방식 변화와도 맞물린다. 38노스는 전자결제가 늘어나면 당국이 국내 자금 흐름과 가격 움직임을 더 면밀하게 파악하고, 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가격 통제나 세수 확보에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외화 입금 기능은 시중에 풀린 외화 현금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전자결제 시스템이 주민 일상에 대한 추가 감시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경제적 효율과 외화 관리 목적이 더 큰 동력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북한이 현금 유통을 일부 전자화하면서 시장 활동에 대한 통제력과 데이터 확보 능력을 함께 키우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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