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 3사의 실적을 전기차 판매량만으로 읽기 어려워졌다. 6월 미국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줄었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가 늘면서 수요의 축이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쪽으로 넓어졌다.
하나증권은 6월 미국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이 9.4GWh로 전년 대비 7% 줄었고, 같은 달 미국 ESS 신규 설치량은 13.0GWh로 76% 늘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 수요가 커지면서 배터리 업체의 가동률과 매출을 보는 기준도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쪽 흐름은 상대적으로 둔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2026년 1~6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이 269.0GWh로 전년 동기 대비 26.3%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3사의 합산 사용량은 74.3GWh로 6.3% 줄었다. 합산 점유율도 37.2%에서 27.6%로 9.6%포인트 낮아졌다.
업체별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44.9GWh로 1.5% 늘었지만 시장 성장률에는 못 미쳤다. SK온은 18.9GWh로 6.7% 감소했고, 삼성SDI는 10.5GWh로 29.0% 줄었다.
SNE리서치는 북미와 유럽 주요 고객사의 판매 둔화, 일부 차종의 생산 조정, 중국계 업체의 해외 공급 확대를 배경으로 제시했다. 전기차 시장이 전체로는 성장했지만, 지역과 고객사별 물량 배분에 따라 국내 업체의 체감 흐름은 달라진 셈이다.
반면 ESS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조사기관 로모션(Rho Motion)은 6월 글로벌 ESS 신규 설치량이 50.8GWh로 51% 늘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미국은 13.0GWh를 차지했고 전력망용 ESS는 12.0GWh로 81% 증가했다. 같은 달 유럽 설치량은 4.2GWh로 249% 늘었고 중국은 12.7GWh로 15% 줄었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장치다. 태양광과 풍력처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전원과 함께 쓰이고, 전력 사용량이 큰 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망 부하를 완화하는 설비로 거론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7월 30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상반기 ESS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6배 늘었고 전사 매출 비중도 20% 후반까지 확대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포함해 상반기 3조원 이상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말까지 북미에서 ESS 생산능력 50GWh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도 자금 확보에 나섰다. 회사는 8월 21일 삼성디스플레이 주식 1308만8235주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처분 금액은 4조4499억9900만원 규모다. 공시상 목적은 '투자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이다. 다만 이 자금이 어떤 설비에 얼마나 투입될지는 별도 확정 공시로 확인해야 한다.
S&P글로벌(S&P Global)은 8월 24일 미국의 2분기 리튬이온 배터리 수입이 전 분기 대비 26% 늘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0% 줄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자료에서 에너지저장장치와 비전기차 용도 배터리 수입은 19만3370톤으로 전 분기 대비 약 29% 늘었고, 전기차용 배터리 수입은 2만2572톤이었다.
실적 셈법이 복잡해진 이유는 배터리의 쓰임새가 갈라졌기 때문이다. 전기차 판매 부진은 여전히 부담이지만 전력망 안정화,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현지 생산 설비 전환은 별도 변수로 작동한다.
국내 배터리 3사의 다음 성과는 전기차 판매량뿐 아니라 ESS 수주, 리튬인산철(LFP) 양산 속도, 북미 생산 전환의 실제 가동률에서 확인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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