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검증자 보상을 더 빠르게 줄이는 새 발행 정책을 제안하자, ‘솔로 검증자’와 디파이(DeFi)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스테이킹 비율이 높아질수록 보상을 깎는 방식이어서, 이더리움의 통화정책과 보안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13일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더리움재단의 저스틴 드레이크(Justin Drake)를 포함한 6명의 연구자·개발자는 ‘Tapered Issuance Burn’이라는 초안을 공개하고, 가칭 EIP-8363으로 분류했다. 이 제안은 스테이킹된 이더리움이 6,025만 ETH에 가까워질수록 검증자 합의 보상 중 더 큰 비중을 소각하는 내용이다. 해당 수치에 도달하면 차감률은 100%까지 올라가며, 변경 사항은 18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제안자들은 현재 구조에서는 스테이킹 규모가 계속 늘어날 경우 이더리움 공급이 과도하게 팽창하고, 대형 커스터디 업체나 유동성 스테이킹 사업자에게 물량이 쏠릴 수 있다고 본다. 제롬 드 티시에(Jérôme de Tychey)는 스테이킹이 늘수록 '희석세'가 발생해 보유자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LST(유동성 스테이킹 토큰)와 같은 파생상품이 원래의 ETH를 대체하면, 이더리움이 무중개·무신뢰 자산으로서의 성격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안서 측은 현재 구조에서 스테이킹 수익률이 ETH 전체가 예치돼도 1.5%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드 티시에 측은 스테이킹 유인이 꺼지지 않으면 공급 집중이 심해지고, 2028년까지 공급의 55% 이상이 스테이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이번 정책이 도입되면 연간 발행률은 최대 0.5% 수준에서 정점을 찍은 뒤, 스테이킹 비율이 임계치에 도달할수록 0에 수렴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 측은 이 제안이 성장 국면의 이더리움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에이브(AAVE) 창업자 스테이니 쿨레초프(Stani Kulechov)는 스테이킹 보상 축소가 기관 수요와 디파이 내 차입 활동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제안이 목표한 효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이더리움에 해롭다고 지적했다. Ether.Fi의 최고경영자 마이크 실라가제(Mike Silagadze)도 비용 부담이 큰 솔로 검증자부터 밀려날 수 있어, 결국 대형 중앙화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시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번 초안은 헤고타(Hegotá) 업그레이드 후보를 다루는 마감 시한을 불과 이틀 앞두고 공개돼, 통화정책 변경안을 검토하기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다만 해당 마감은 신규 EIP 추가 제안 접수 일정일 뿐, 최종 포함 여부를 결정하는 데드라인은 아니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현재 EIP-8363은 승인되지도, 일정에 올라도, 헤고타에 포함되지도 않은 초기 단계다. 그럼에도 이더리움의 발행량, 스테이킹 수익, 디파이 유동성의 연결고리를 동시에 건드리는 사안인 만큼 향후 논의가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더리움의 ‘희소성’과 ‘검증자 유인’ 사이 균형을 어디에 둘지가 이번 논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