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백(Adam Back) 블록스트림(Blockstream) 최고경영자(CEO)가 BIP-110 지지자들의 핵심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비트코인(BTC)이 스팸, 즉 쓰레기 데이터를 지지한다는 주장부터 틀렸고, 애초에 특정 데이터만 골라 걸러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아담 백은 9일 올린 글에서 비트코인 참여자 가운데 네트워크에 쌓이는 스팸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고 인정했다. 다만 비트코인은 수학적으로 완전한 검열을 구현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고 테크플로우(TechFlow)는 전했다. 그는 BIP-110 방안 자체도 결함이 많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고, 그런 이유로 네트워크 차원의 합의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합의 없이 규칙 변경을 강행하면 결국 비트코인SV(BSV)와 비슷한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내놨다.
BIP-110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결제와 무관한 데이터가 새겨지는 것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려는 소프트포크 제안이다. 지지자들은 채굴자 동의를 기다리는 대신 이용자들이 노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규칙을 강제하는 사용자 강제 연성 분기(UASF) 방식을 추진해왔다. 이용자들이 이 방식을 채택하면 당장은 채굴 부문 대부분이 쌓아 올리는 기존 체인을 거부하게 된다. 압도적인 해시파워와 기관 자금이 뒷받침하는 기존 체인과, BIP-110을 강제하는 노드로만 구성된 소수 체인이 한동안 나란히 존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9일 오전 4시35분(한국시간) 96만1632번째 블록에서 강제 신호 구간에 들어갔지만, 직전 2016개 블록 가운데 신호를 보낸 채굴자는 51개(2.53%)에 그쳤다. 조기 활성화에 필요한 채굴자 지지율 55%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구간부터 BIP-110을 적용한 노드는 버전 비트 4를 표시하지 않은 블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 스트래티지(Strategy) 회장과 샘슨 모우(Samson Mow) JAN3 최고경영자 등 비트코인 업계 주요 인사들도 앞서 이 제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세일러는 신호 지지율이 특정 채굴풀의 기본 설정값에서 비롯됐을 뿐 채굴자 전체의 합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지 진영도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BIP-110을 지지해온 채굴풀 러프넥스(Roughnecks)는 자체 채굴 운영을 중단하고, 현재 알고리즘으로 BIP-110 체인을 채굴하던 이들에게도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채굴을 멈추라고 권고했다. 러프넥스는 이번 결정이 BIP-110 운동의 실패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며, 싸움은 계속되겠지만 더 이상 선봉에 서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하드웨어 지갑 업체 렛저(Ledger)는 BIP-110에 리플레이 보호 장치가 내장돼 있지 않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한쪽 체인에서 서명한 거래가 다른 체인에서도 그대로 유효해질 수 있다는 이유다. 렛저는 보호 장치가 마련되기 전까지 BIP-110 체인에서 나온 비트코인을 수령하지 말라고 이용자들에게 권고했다.

